E&S 직원들은 익명 게시판에 합병 불만 토로 “실적 나쁜 것도 아닌데 이해안돼”
“그룹도 소통 강조하지만 경영진은 여전히 아무런 설명도 없고 일이나 하라는 식”
“직원들도 노조도 없고 온라인에 불만 표출 외에 대응 없어”
SK이노베이션이 다음주 중 이사회를 열고 SK E&S와의 합병을 공식발표할 전망이다. 합병의 대상인 SK E&S 직원들은 여전히 사측으로부터 적절한 설명도 듣지 못한채 속앓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우회적으로 불안감을 표출하면서도 그룹과 사측에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다수의 SK E&S 직원들이 연일 합병에 대한 불만과 사측의 설명을 요구하는 게시글들을 업로드 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여전히 기사로만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소통을 강조하는 그룹과 노조조차 없는 자회사의 현실이라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온다.
한 직원은 “합병이 어쩔 수 없다면 설명이라도 해달라"며 “구성원에겐 설명도 없이 일이나 열심히하라는 식"이라며 “직원들도 잠자코 일만 하는 게 기괴하다. 노예의식이 자리잡은 것 같다. 이사회 전에 소통을 좀 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경력직이라 밝힌 또 다른 직원도 “최근의 상황이 신기하다. 회사가 합병해서 없어진다고 하는데 실적이 안 좋아서 합병하는 것도 아니고, 최근 5년간 그 어느때보다 실적이 가파른 상승세"라며 “이미 합병한다고 기사로 다 소문이 나고 하는데도 아무도 경영진에게 해명요구나 반대의사를 피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전자도 최근엔 파업을 하는데 우리는 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데도 신기하리만치 조용하다"고 덧붙였다.
SK E&S 직원들이 합병에 부정적인 이유는 합병 이후 SK온에 자금 지원으로 인한 성과급 축소, 조직 개편과 인사이동 등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는 SK온의 자금난을 해결하고, 향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게 합병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비상장사 SK E&S의 수익성이 높은 현실에서 상장사 SK이노베이션과 합병 비율이 2대 1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려진 대로 합병 후 SK온에 자금을 투입하면 이익영여금 등이 수익 법인에 있다가 적자 법인으로 흡수되는 만큼 당연히 성과급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이 된다면 당연히 임원도 줄어들고 양 사 직원들 간 업무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회사원이라면 누구도 갑작스런 업무변경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개 직원으로써 선택권이 없으니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2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최대주주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어 이사회 통과는 무난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