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맞춤 전략’ 앞세워 인도 시장 영향력 높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15 14:39

삼성·현대차 등 현지 전용 제품으로 승부···LG도 고객 접점 확대

생산 거점 매력도 충분···“탈중국 현상 인도가 대체”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삼성오페라하우스에서 2024년형 TV 신제품 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삼성오페라하우스에서 2024년형 TV 신제품 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앞세워 인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세계 최대 규모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5위 경제 대국으로 현지 문화 특성이 뚜렷한 만큼 전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맞춤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인도는 작년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 올해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1위(IMF), 국민 평균 연령 29세 등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더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1995년 진출했다. 현재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첸나이 가전 공장 △노이다·벵갈루루·델리 연구소 △삼성 디자인 델리 △구루그람 판매법인 △리테일스토어 20만곳 △A/S센터 3000곳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임직원은 1만8000명에 달한다.



인도 현지 특화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이다. 커드(수제 요거트)를 만들 수 있는 냉장고, 힌디어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적용한 인공지능(AI) 세탁기, 난(인도 전통 빵)과 피클을 만들 수 있는 전자레인지 등을 앞세워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TV 판매 시장에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2017년 이후 6년만인 지난해 1위를 탈환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150만대 생산 체제 구축, 전기차 라인업 확대 및 전동화 생태계 조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리더십 강화, 인도 문화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 활동 등을 키워드로 잡고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하반기 인도 첫 현지생산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연말에는 첸나이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기아도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은 '크레타' 등 전략 차종의 흥행에 힘입어 인도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0만대 수준이다.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유지하고 있다.


LG그룹은 현지 고객들과 접점을 늘리며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4년 전 발생한 인도 공장 유증기 누출 사고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최근 찾아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신 부회장은 사고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사고 인근 마을 5000여 가구에 12억루피(약 200억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노이다 등에서 운영 중인 생산공장에서 다양한 현지 맞춤형 가전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 첸나이에 사업 거점인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를 만들기도 했다. 현지인들의 구매력이 올라가며 LG 에어컨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재계 총수들도 인도를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박4일간 뭄바이 출장을 마치고 지난 14일 귀국했다. 그는 아시아 최고 갑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후 현지 임직원들과 간담회에서 “치열한 승부근성과 절박함으로 역사를 만들자"고 주문했다.


13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뒷줄 왼쪽 네 번째)이 현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뒷줄 왼쪽 네 번째)이 현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인도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4월 인도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4월 인도를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경제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재계는 인도가 소비 시장 뿐 아니라 생산 거점으로서 매력도 충분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0일 발간한 '모디 총리 3연임과 對인도 투자진출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탈중국 현상으로 글로벌가치사슬(GVC) 내 중국의 후방참여율 확대가 더딘 가운데 인도가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방참여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해외 중간재 수입 후 수출품을 생산하는 비중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무협 설문조사에서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 10곳 중 7곳(68.1%)은 향후 5년 내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기업의 74.5%는 모디 총리 3연임이 경영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일 것이라 답했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인도는 외국인 투자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반덤핑, 인도표준기구(BIS) 강제인증제도와 같은 무역기술장벽(TBT) 등 보호무역조치도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인도시장 선점을 위해 현재 진행중인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개선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의 대인도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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