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 E&S 합병 ‘초대형 에너지기업’ 탄생···SK에코도 변신
재무구조 개선하며 체질 개선···AI 등 역량 강화 ‘올인’
쪼개고·합치고·팔고·붙이고. SK그룹이 내실을 다지고 미래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리밸런싱'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 성장성은 있지만 재무구조가 불안한 회사에 알짜 계열사를 합병해 체질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인공지능(AI) 등 그룹 차원에서 새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는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SK(주), SK이노베이션, SK E&S 등은 18일까지 각각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 합병 관련 안건을 논의한다. SK온과 SK에코플랜트 등에 알짜 회사를 붙이는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중 자산규모 100조원이 넘어가는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노리는 포인트는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SK E&S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은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자금난을 겪고 있다. 업황이 주춤한 탓에 최근 10개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기도 하다.
양사는 독립성을 유지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합병할 예쩡이다. 양사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주사인 SK㈜도 18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에 대해 논의한다. SK㈜는 SK이노베이션 지분 36.22%와 SK E&S 지분 90.0%를 보유하고 있다.
SK㈜의 반도체 가공·유통업체인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에코플랜트로 편입될 전망이다. 사업 재편을 통해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를 순조롭게 추진하도록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3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SK㈜ 손자회사인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D램 등을 공급받아 SD카드와 USB 등으로 가공해 유통하는 회사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불황 속에도 59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알짜 회사다.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산업용 가스를 생산해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한다.
SK그룹은 200개가 넘는 계열사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회사간 합병 뿐 아니라 비주력사업은 매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SK스퀘어는 11번가 등을 매물로 내놨고, SK이노베이션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 일부를 매각할 방침이다. SK㈜는 베트남 빈그룹·마산그룹 등에 투자한 지분 9%를 처분하기 위해 상대를 찾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어스온은 지난 2월 페루 광구 지분을 3400억원에 매각했다.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추가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이차전지 등 주력사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들이 있는 만큼 조직 슬림화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몸집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래 준비와 질적 성장을 위해 선제적·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며 그룹 리밸런싱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앞서 지난달 말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으로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이를 AI·반도체 등에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비서(PAA)를 포함한 AI 밸류체인을 더욱 정교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