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비율 증가 추세…올해 3월 11만8735명 기록
언어장벽으로 인한 소통 어려움…안전사고 빈번, 부실공사↑
건설업이 위험 업종으로 꼽히며 청년들에게 외면받으면서 그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고 있다. 언어장벽에 따른 소통의 어려움, 기술력 부족 등으로 인해 부실 공사와 하자 급증 등 부작용이 큰 만큼 건설업계에선 '통역·교육' 강화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피공제자 동향을 보면 올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비중은 16.2%로 작년(15.4%)보다 늘었다. 실제 건설 현장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1년 3월 9만4567명에서 올해 3월 11만8735명으로 증가했다.
건설업이 위험 업종으로 꼽히며 청년들에게 외면받으면서 그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 건설기술인의 진로 희망 실태분석·이미지 개선방안'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은 건설업의 부정적 호감도 원인으로 △부실공사·안전사고 등 유발(36.2%) △다른 산업에 비해 위험한 일(25.5%) △환경파괴·민원발생 등 유발(10.3%) 등을 꼽았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안전·기술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기 위해선 4시간가량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들어야 하는데 해당 교육은 한국어로만 진행된다. 사실상 기초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 안전사고가 빈번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으로 사망한 근로자 812명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85명으로 10.5%의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 47명이었던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 사망자도 지난해 55명으로 늘었다.
일례로 지난해 8월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장에선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베트남 근로자 2명이 콘크리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면이 주저앉으면서 매몰돼 숨졌다. 이들은 형제 사이로, 6∼7년 전 먼저 온 형을 따라 동생도 2년 전쯤 한국에 와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달 경남 합천군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신호수로 일하던 미얀마 국적의 20대 근로자도 토사를 하역하고 이동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소통이 잘 안 되고 미숙련 인력이 대부분인 외국인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 많이 유입되면서 시공 품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하자 분쟁 처리 건수는 2014년 약 2000건에서 올해 2월 기준 연평균 430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루에도 12건 정도의 하자 분쟁이 일어나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입주를 앞둔 아파트에서 인분까지 발견되고 있어 충격을 주기도 하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하자에는 공사비 상승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몸짓으로 소통을 한다. 지시사항을 미흡하게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B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현장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일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덜하다"며 “화장실이 일하는 장소와 멀리 있으면 노상방뇨를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사들은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현장 소통과 맞춤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용 안전보건교육 영상을 제작하고 현장에 배포했다.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몽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 채용 인원 상위 10개국의 언어와 영어로 신규 채용자에 대한 안내 사항과 필수 안전 수칙에 관한 영상을 제작, 배포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부터 고위험 공종을 대상으로 전문 통역사와 현장에 방문해 중국,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등 약 2000명의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전 현장에서 베테랑 외국인 근로자를 명예 통역관으로 선정해 본사와 외국인 근로자간 가교역할을 맡기고 있다. 체류기간 연장과 처우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통역 및 안전·기술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은 체류기간이 최대 3년으로 너무 짧은 만큼 체류기간을 늘리고 주거·안전 등 열악한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