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여파 금융권으로…‘카드사·은행’ 긴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25 15:34

PG사 이커머스 거래 중단에 소비자 발길 카드사로
카드사, 할부철회권 수용 시 손실보전 가능성 불투명

선정산대출 중단한 은행, 연체율 변동에 촉각
판매자 자금난 갈수록 심각해질듯…줄도산 우려도

티몬 피해자들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 환불을 원하는 피해자가 우산을 쓰고 사측을 기다리고 있다.

티몬·위메프 등 큐텐그룹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정산 지연 사태 여파가 금융권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소비자의 결제 취소 요청이 카드사에 쇄도하는 가운데 할부철회권 수용에 따른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대출 상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두 플랫폼 판매자에 대한 선정산 대출을 중단했다.





'결제 취소' 요구 다급한 소비자, 카드사에 요청 쇄도…재무적 여파에 긴장

25일 유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티몬·위메프와 거래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가 이들 이커머스의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거래 중단 조치에 따라 티몬·위메프에서 신용카드로 결제가 불가능하며 결제 취소에 대한 환불도 불가능해졌다. 이에 티몬·위메프 등 플랫폼에 결제 취소 요청이 몰리는 상황이다.



환불이 불투명함을 느낀 소비자들은 카드사로 발을 돌려 민원을 키워가고 있다. PG사나 판매사와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자 카드사에 연락해 결제 취소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이들 이커머스 모회사인 큐텐과 직접 계약관계가 아니므로 카드 취소 대금을 큐텐에 요청할 수 없는 구조다. 규정상 카드사는 가맹점 계약을 맺은 PG사의 동의 없이 임의로 결제를 취소할 수 없다.


카드사로선 소비자가 할부철회권이나 항변권을 사용하는 경우 일부 재무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할부로 결제한 소비자는 할부 잔액을 납부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인 할부철회권·항변권을 카드사에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권리는 결제 중 할부로 물품대금이나 요금을 지불한 후 구입한 재화에 하자가 발생하거나 약정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예상될 때 결제 금액을 취소 또는 잔여 할부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다. 할부 구입일이나 인도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철회를 요청할 수 있으며, 할부항변권은 할부 계약 기간 중 잔여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거래 금액이 20만원 이상, 할부기간이 3개월 이상인 거래에 대해 행사가 가능하다.




할부철회권·항변권이 수용될 경우 소비자는 할부 잔액에 대한 납부 의무가 소멸된다.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카드업계가 떠안게 된다. 카드사는 우선 결제금액을 소비자에게 반환하고 미수금으로 처리하며 추후 PG사로부터 금액을 회수하는 구조다.


카드사가 가맹점 계약을 맺은 1차 PG사(이니시스 등)에 구상권 청구를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 있지만 1차 PG사가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대금을 받아야 카드사에 지급해줄 수 있는 만큼 도산 위기에 처한 티몬·위메프가 상환해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로선 결제를 취소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우선은 소비자 요구에도 지켜볼수 밖에 없다"며 “결제취소 요청이나 할부철회권 등으로 당분간 카드업계도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정산대출 빗장 잠근 은행권, 영세상인발 '연쇄도산' 우려도

위메프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티몬 환불 불가'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은행 등 금융권도 이번 사태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영세 판매자의 경우 선정산 대출을 통해 당장 필요한 자금을 메꾸는데 이 역시 막히게 되면서 줄도산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선정산 대출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해당 플랫폼에서 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의 '7개 플랫폼 입점업체 정산대금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2022년 선정산 대출총액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연간 대출액은 2019년 252억원에서 2022년 6239억원으로 3년새 25배로 뛰어올랐다. 위메프는 입점사 대출액 업계 내 두 번째로 많은 플랫폼이다. 첫 번째는 쿠팡이다. 두 플랫폼은 상품이 판매된 후 최대 두 달 후에 정산주기가 돌아오며 이커머스 플랫폼 중 가장 길다.


이번 사태로 티몬·위메프의 거래액이 금감하면서 선정산 대출을 받은 판매자에 대한 정산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대금을 받지 못한 은행에 연체율이 올라갈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은 티몬·위메프 대출 상환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두 플랫폼 판매자에 대한 선정산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한편, 판매자들의 자금난 또한 심각해지면서 연쇄도산에 대한 우려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중소 판매자(셀러)의 경우 유동성이 원활하지 못하기에 판매대금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지는 곳이 다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큐텐그룹 계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한 6만곳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 판매자다.


이달 정산받지 못한 대금은 5월 판매분이며 6~7월 판매대금 정산도 불확실한 상황으로, 정산받지 못할 경우 상품 매입 자금이 없어 영업 중단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가전, 여행 등 카테고리의 거래금액이 큰 일부 판매자의 경우 수십억원대의 정산이 정체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행업계에선 이미 다수 소형 여행사의 줄도산이 예상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날 오후 관련 업계를 소집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업계에 카드 취소와 대응책 마련을 권고함에 따라 소비자 피해는 줄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선정산 대출도 막힌 상황에 영세 판매자부터 차례로 도산하면서 피해 규모가 도미노현상처럼 번져갈 수 있단 우려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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