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40년 동행···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 중 최장기간 후원
정의선 태극기 들고 응원···삼성·현대차 현지서 ‘원팀’ 협업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이 단체전 10연패라는 신화를 달성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양궁 사랑'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결같이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의 후원이다.
◇ 파리 현지 전용 훈련장까지 세심한 지원
여자 양궁팀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선수는 28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파리올림픽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만나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고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도쿄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이번 파리올림픽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훈련 장비 기술지원부터 축구장 소음훈련을 비롯한 특별 훈련들, 파리 현지에서의 식사, 휴게공간, 전용 훈련장까지 망라했다.
현대차그룹은 파리대회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하도록 했다. 이 경기장에서 국가대표팀은 경기장의 특성을 몸에 익히며 체계적인 연습을 시행했다.
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해 모의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제공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한계에 도전하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휴식과 훈련을 위한 시설들이 갖춰진 곳으로,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한 통상적인 출국 날짜보다 4일 정도 빠른 16일 출국해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현대차그룹은 도쿄대회 직후부터 프로젝트에 착수해 양궁 선수들과 코치진을 심층 인터뷰하고, 훈련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중 선수들이 가장 필요로하고, 현대차그룹 기술력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기존 제공 기술들도 선수들 훈련에 최적화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이를 통해 △선수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경기 감각을 향상시키는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에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 등을 지원했다.
◇ 40년간 대한양궁협회 후원…세계 최강 한국 양궁에 기여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으며, 2005년부터는 정의선 회장이 협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원은 확실하게 하지만 선수단 선발이나 협회운영에는 관여를 안하고 있다. 다만 투명성과 공정성만은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다고 알려졌다. 국가대표는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됨.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성적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고, 코칭스태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된다.
지난 도쿄대회와 항저우 대회의 경우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자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열었다. 이미 전년도에 선발된 선수들이 있었지만, 확고한 원칙에 따라 경쟁을 통해 대회가 열리는 해에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들을 선발한 것이다. 이번 파리대회 국가대표도 치열한 선발전을 거쳐 전 금메달리스트들을 제치고 전훈영, 남수현 선수가 선발됐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한양궁협회는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했다. 특별지원으로 일선 초등학교 양궁장비와 중학교 장비 일부를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정 회장은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궁이 보신 것처럼 간발의 차로 승패가 갈리는 시합이고 경쟁 상대들 실력도 올라왔기 때문에 앞으로 또 도전이 생길 것"이라며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앞으로도 본인들의 기량을 살려서 원하는 것을 꼭 쟁취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금메달 현장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김재열 IOC 위원,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이 관람석을 찾아 대표팀을 응원했다. 재계는 삼성과 현대차가 현지에서 '원팀'으로 우리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