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두고 여야 줄다리기···“산업 생태계 붕괴”
삼성전자 노사 임협 재개···‘맏형’ 노사 갈등 문제 해결할지 주목
재계를 둘러싼 각종 노사 관련 현안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는다. 국회에서 야당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통과를 추진하는 가운데 여당과 경제단체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맏형' 기업인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협상을 재개해 '묻지마 파업' 사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 법안인 '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야당의 법안 상정 △여당의 필리버스터 △야당 단독 법안 처리 국면이 계속될 전망이다.
재계 관심사는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보다 더욱 반기업 정서가 강화된 노란봉투법이다. 여당이 야당 공세에 맞설 대응 수단이 마땅히 없는 가운데 민주당의 법안 통과 의지가 워낙 강력한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에 더해 해고·실업자 등의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이는 '노조법 2조 4호 라목'을 삭제한 게 특징이다.
경제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긴급 간담회를 갖고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전달했다.
경제6단체는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산업현장에서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개정안과 같이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하청 노조가 끊임없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벌인다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는 붕괴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앞서 23~24일 300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손 회장은 “국내 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노동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대다수의 사례가 사업장 점거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어 개정안과 같이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마저 사실상 봉쇄된다면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삼성전자 노사 임금교섭에도 재계 눈길이 쏠린다. 삼성전자와 이 회사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날 오후 임금교섭을 다시 시작했다. 전삼노는 사측이 납득할 만한 협상안을 제시하는 조건으로 이날부터 사흘간 '끝장 교섭'을 제안한 상태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교섭 동안 적극적으로 대화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노사는 지난 23일 8시간에 걸친 협상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지난달 말 중앙노동위원회 3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평균 임금인상률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을 제시했다. 노조는 기본 인상률 3.5%를 반영해 평균 임금인상률 5.6%를 요구하고 있다. 전삼노는 이 외에도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원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에서 무기한 총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번 협상 결과가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클 전망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대부분 협상 막바지 작업에 접어들었다.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군은 여전히 노사간 입장 차이가 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