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의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감소)의 여파로 지난 2분기에도 영업이익 감소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투자는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들이 2분기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 매출 4조4501억원, 영업이익 2802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전분기 대비 13%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지만 전분기 대비 5%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2분기 매출 6조1619억원, 영업이익 1953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감소, 전분기 대비 0.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 전분기 대비 24.2% 증가했다.
업계는 영업이익 하락 원인으로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수요 위축을 꼽았다. 삼성 SDI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자동차 전지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감소 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25일 실적발표에서 “수요 감소에 따른 유럽, 중국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 영향이 컸다"고 원인을 지목했다.
이에 업계는 매출 목표를 줄이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투자 기조는 유지하되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한 운영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성장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생산 목표 조정에 따라 연간 IRA 세액 공제 전망치를 기존 45~50GWh에서 30~35GWh 수준으로 조정했다.
다만 이 같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북미, 유럽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에 따른 출하량 확대와 IT 고객사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 대응, 전력망 ESS 판매 확대 등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해 매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 효율성·투자 유연성 극대화 △압도적 기술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 양산 가시화 △고객·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제품 가격 경쟁력 강화 등 주요 과제를 하반기 집중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컨퍼런스콜에서 “단기적인 전기차 수요 약세 지속, OEM들의 전동화 전략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며 “시장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상황에 맞는 최적의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올해 헝가리 법인 증설, 스텔란티스와의 공장 건설 등 이미 확보된 수요를 대응하기 위한 투자와 전고체 전지, 46파이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들을 진행하고 있어 투자 계획에 큰 변동은 없다"며 “상반기 기준으로 이미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투자를 집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전지의 샘플 공급을 5개 고객사로 확대하며 전고체 전지 상용화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또 볼륨 시장, 엔트리급 전기차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해 LFP 개발 라인을 구축하며 2026년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46파이 원형 전지는 M-Mobility용 신규 고객 확보에 따라 계획 대비 1년 정도 빠른 2025년 초에 양산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최근 미국 최대 전력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전력용 ESS 프로젝트 수주를 확보하는 등 SBB를 기반으로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공급 물량을 추가 협의 중에 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하반기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 예상되지만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시장이 턴어라운드 되는 시점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