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양궁 전종목 석권···관중석서 직접 응원하고 선수들과 스킨십
40년 후원하며 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담대하게 기량 발휘해 주길”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 신화를 쓰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선수 육성 시스템 등을 체계화한 것은 물론 현지에서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정신적 멘토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조명 받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2021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3년 전부터 일찌감치 '2024 파리올림픽'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과 컨디션으로 자신의 실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양궁협회와 협의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파리올림픽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을 재현한 실전 연습 환경, 슈팅 로봇을 비롯 첨단 연구개발(R&D)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훈련 장비 및 기술, 축구장 소음 체험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특별 훈련, 파리 현지에서의 대표팀 전용훈련장, 식사, 휴게공간, 동선까지 총망라했다.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이번 파리대회를 위해 개막 이전부터 직접 준비 과정을 챙겨왔다. 정회장은 지난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대통령 프랑스 순방길에도 바쁜 일정을쪼개 파리 현지 상황을 사전에 점검했다.
또 올림픽 개막식 전에 현지에 미리 도착해 우리 선수들의 전용 훈련장과 휴게 공간, 식사, 컨디션 등 준비 상황을 직접 챙겼다. 양궁 경기 기간 내내 현지에 체류하며 선수들의 컨디션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 회장은 또 양궁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현지에서 선수들을 지원하고 격려했다. 모든 주요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양궁협회 관계자, 프랑스 현지 교민들과 선수들을 직접 응원했다.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10연패를 달성한 시상식에서는 선수들한 명 한 명에게 부상을 수여하며 진정 어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친근하게 스킨십을 하고 있다는 게 양궁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선수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정신적인 멘토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양궁 여자단체전 10연패 달성 이후 현장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긴장한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결승전을 위해 이동 중인 남자 국대대표 선수들과 마주친 정 회장은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팀 응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겠냐"며 “주눅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 우리 선수들 실력이 더 뛰어나니 집중력만 유지하자"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종종 선수들과 만나 격의 없이 식사를 함께하며 소통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전한 선수들과 함께 현대차 제로원데이 행사를 둘러봤다. 서울 성수동에서 미래 이동성, 증강현실, 가상현실, 자율주행 등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로 구현된 프로젝트 전시를 함께 체험했다.
이날 정 회장은 선수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챔피언의 마인드'라는 책을 선물했다. 자기분야에서 최고를 경험했던 선수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서적이다.
2021년 도쿄올픽을 앞두고는 선수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다양한 노력들에 대한 경험을 풀어낸 도서 '두려움 속으로'와 마사지건을 선물했다.
이러한 정 회장의 진심이 선수들에게 전달돼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한 후 정의선 회장에게 달려가는 모습도 포착되곤 했다. 파리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이 정 회장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임시현 선수는 여자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한 후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은 정의선 회장님"이라며 “회장님은 저희한테 진짜 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해주셨고 격려도 많이 받았다"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으며, 2005년부터는 정 회장이 양궁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대한양궁협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40년을 넘어 대한양궁협회의 회장사로서 대한양궁협회의 미래 혁신을 지원하고 대한민국 양궁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글로벌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후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포함해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휩쓸었다. 특히 여자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함으로써 세계 양궁 역사에서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자단체전은 3연패, 혼성단체전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도쿄대회에 이어 2연패를 기록했다. 김우진 선수는 남자 양궁 사상 첫 3관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양궁은 대한민국 스포츠 종목 중에서 역대 누적 금메달 32개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은메달(10개)과 동메달(8개)까지 포함해 지난 1984년부터 총 5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하계대회에서 획득한 총 106개(4일 기준) 중 30%에 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