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책 ‘유명무실’…건설 현장 안전 초비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06 14:42

2018~2023년 온열질환 산업재해 중 48%가 건설업

건설업계 현장 관리 강화에도 “실효성 떨어져” 지적

폭염·한파시 작업중지 의무화 관련 법 국회 논의 중

역대급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역대급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역대급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폭염 속 작업에 나선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건설사들과 정부가 각종 안전 대책을 시행 중이라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작업 중지 의무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는 등 역대급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건설노동자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건설노동자들은 폭염에 취약한 대표적인 옥외 노동자로 꼽힌다. 푹푹 찌는 날씨에도 안전을 위해 안전모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데다 외부작업 시간이 길다. 강한 직사광선과 높은 온도·습기에 노출돼 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걸리기 쉽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열사병, 탈진 등 온열질환 산업재해로 승인된 건수는 총 147건인데, 이 중 건설업이 무려 70건(48%)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물론 주요 건설사나 정부도 각종 안전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긴 하다. 예컨대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HDC 고드름 캠페인'을 확대 개편했다. 지난해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에 이어 올해부터는 옥외작업자 건강 보호를 위한 시설물 설치와 취약 근로자 관리, 휴식 시간 부여를 강화했다. 현대건설도 6월부터 9월 말까지 '온열질환 예방 혹서기 특별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3GO! 프로그램'을 전개 중이다. 물과 그늘, 휴식 수칙을 중심으로 하는 대응 전략이다. 삼성물산은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물, 그늘, 휴식) 준수,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5시에는 옥외 작업 조정·제한 등의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근로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작업중지를 요청하면 즉각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를 배포했다. 폭염 단계별로 매시간 10분 이상 휴식을 제공하면서, 오후 2~5시 사이에는 옥외작업을 단축·중지하라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 및 주요 건설사들의 폭염 대책이 '권고'에 그쳐 강제성이 없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이 지난달 27∼28일 건설노동자 157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온열 질환 예방가이드 대로 폭염특보가 발령될 경우 매시간 10~15분의 규칙적인 휴식을 취하는 건설노동자들은 18.5%에 불과하다.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돼있지만 80.6%는 별도의 중단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쫓겨날까 봐, 또는 작업중지를 요청해 봐야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아무리 더워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건설노조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건설 현장의 온열 질환 사망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 연제구 근린생활시설의 건축 현장에서 온열질환으로 6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당시 노동자의 체온은 섭씨 40도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건설현장은 말 그대로 불지옥"이라면서 “정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는 실제 현장에선 공기가 늘어나거나 비용이 더 든다는 등의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등은 폭염에 대한 대비책이 권고에 그칠 게 아니라 법적인 강제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폭염이나 한파 상황에서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4건 발의돼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폭염지침의 핵심은 무더위 시간대 정기 휴식과 작업시간 단축, 조정, 중지"라며 “폭염기 노동자의 목숨과도 직결된 내용인 만큼 법제화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현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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