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주재 국무회의서 ‘방송 4법’ 재의요구안 심의·의결
정부가 6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른바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방송 4법'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한 총리는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지났으나,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은 한 건도 없고 반(反)한법적, 반시장적 법안들만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며 “야당은 임명된 지 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해 방통위의 정상적인 기능을 멈춰 세우며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자 국민들께 면목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선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한하고,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특정 단체가 이사 임명권에 관여해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가 재의를 요구했으며, 21대 국회에서 부결, 폐기된 법안"이라며 “야당은 당시 지적된 문제점들을 전혀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고, 오히려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추가해,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더욱 침해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야당 측 2인의 불출석만으로도 회의 개최가 불가능해져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통위의 기능이 마비될 소지가 크다"면서 “정부 행정권의 본질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지금 공영방송은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체질 개선과 함께, 독립성과 공정성, 공공성을 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놓여 있다"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개정안들은 오히려 그간 누적돼 온 공영방송의 편향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방송 4법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방송 4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4일이다.
국회가 이 법안들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가결시키지 않으면 이 법안들은 폐기된다.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이 유력시된다. 대통령실은 여야가 합의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들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를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은 방송 4법을 '공영방송 정상화법'이라고 부르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했다.
방송 4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앞서 방통위법을 제외한 3개 법안(방송법·방문진법·EBS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아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