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리스 픽’에 “땡큐”?...지지율 데이터에 읽힌 ‘다른 전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07 09:55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 미네소타 부지사를 소개하고 있다.UPI/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 미네소타 부지사를 소개하고 있다.UPI/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한층 선명한 진보성을 보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부통령 후보까지 '블루스테이트 좌파'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당장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땡큐"를 외치며 '극좌' 프레임을 가동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월즈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결정된 이후 SNS에 “고맙다!"(THANK YOU!)고 대문자로 적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조시 셔피로 주지사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될까 걱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땡큐"는 셔피로 주지사보다 진보적인 월즈 주지사가 낙점돼 안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월즈 주지사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마지막까지 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반에는 선거인단 19명인 펜실베이니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셔피로 주지사가 안전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대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이번 해리스 부통령 선택을 '진보성 강화' 측면에서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선거구 자체로는 월즈 주지사가 있는 미네소타 선거인단이 10명으로 펜실베이니아 절반 수준에 그친다.


더욱이 미네소타는 지난 1960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다.


다만 펜실베이니아 역시 지난 2016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1992년부터 민주당 대선후보를 선택했을 뿐 아니라, 2014년 이후 세 차례 주지사 선출도 민주당을 택했다.


이 가운데 수성해야 할 다른 주가 많은 해리스 부통령으로서는 당장 이들 주에 급급한 선택보다는 몇 수 앞까지 내다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 격전지는 지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2020년 바이든 대통령으로 돌아선 위스콘신, 미시간, 애리조나, 조지아 등이 꼽히고 있다.


이 중 민주당 우선 공략 대상은 단연 위스콘신과 미시간이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미네소타와 공화당 강세 오하이오 사이에 낀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대체로 주지사와 대통령을 '교차' 선택해온 곳이다.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2010~2014년까지 공화당 주지사를 선출했지만, 2008~2012년까지 민주당 대선후보를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2016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했지만, 2018~2022년에는 민주당 주지사·대선후보를 고르는 등 의사결정을 같이 한 것과 다름 없었다.


반면 애리조나와 조지아는 2010년대 내내 주지사와 대선 후보 모두 공화당을 택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나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 당선사례가 이례적으로 불거졌을 뿐이다.


다른 주 선거 결과가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해리스 부통령은 위스콘신과 미시간 선거인단(25명)을 사수하고, 애리조나와 조지아를 모두(27명) 잃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인단 232명, 바이든 대통령은 306명을 획득했었다.


위스콘신과 미시간 최전방에 위치한 미네소타는 자체 선거인단에 인근과 정서를 일정 공유하는 '교두보' 가치까지 지닌 셈이다.


CNN도 “경륜 있는 진보 지도자인 월즈를 택함으로써 위스콘신과 미시간을 포함해 전통적인 블루월 경합주를 수성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서 대선 승리에 이르는 최적의 경로"라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월즈 주지사는 '쉬운 언어'와 '평범성'으로 해리스 부통령을 '덜 극단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공격을 퍼부을 때 그가 든든한 방어막을 펴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앞서 월즈 주지사는 지난달 MSNBC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을 겨냥해 “그들은 '이상한'(weird) 사람들"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이는 경제, 이민, 의료정책과 사법리스크, 막말 논란 등 이젠 대중에게 익숙해진 트럼프 전 대통령 극단 특성을 다시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게 했다는 평이다.


실제 월즈 주지사는 이들을 공격하는 언어도 최대한 쉽고 명확하게 구사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의 책을 빼앗아 가고, 시험에 간섭하고자 한다. 그들의 외교 정책은 나쁘다. 그들은 환경에 해로우며, 어떤 의료보험 정책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중산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핵심을 찔렀다.


이밖에 해리스 부통령 남편인 더그 엠호프가 유대계인 상황에서 같은 유대계인 셔피로 주지사보다는 '보통 백인' 월즈 주지사가 더 나은 선택지라는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이 가운데 월즈 주지사는 군인, 총기 소지 경력도 가지고 있어 공화당 잠재적 지지층인 중산층 이하 백인들에게도 충분히 다가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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