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월 글로벌 EV용 배터리 사용량, 전년비 22.3% 성장 그쳐
SK넥실리스·솔루스첨단소재 등 예년보다 ‘저조한 성적표’
동남아 등 해외 생산력 확대…AI 반도체·ESS 시장 수혜 기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로 동박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7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6월 전세계 전기차(PHEV·HEV 포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364.6GWh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이는 2017~2027년 연평균 성장률(51.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전기차 침투율이 가장 높은 중국을 제외하면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3분기 성장률이 50%를 넘었으나, 4분기 30%대 초반으로 낮아진 데 이어 올 2분기에는 12%에 그쳤다. 유럽에서는 판매량이 역성장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동박시장은 중국 등 국내·외 기업들의 생산력이 늘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SKC의 2차전지 소재사업(SK넥실리스)은 올 2분기 매출 858억원·영업손실 374억원을 냈다. 4분기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진 것이다. 재고 감소를 비롯한 비용구조 개선이 이뤄졌으나, 주요 고객사 가동률 하락과 재고 조정으로 판매량이 하락했다.
SK넥실리스는 초도 매출을 개시한 말레이시아 공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9000억원을 들여 코타키나발루에 구축한 곳으로, 원재료도 다변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기요금이 국내의 절반 수준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높일수록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매출 2627억원·영업이익 30억원을 시현하는 등 동박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북미향 판매량을 늘리고 고객사를 다변화한 전략이 분기 기준 최대 매출로 이어졌다.
신규 해외사업장 건설도 지속한다. 말레이시아 5~6공장의 양산체계를 구축하는 중으로 2028년 7~8공장도 완공될 예정이다. 스페인 사업장은 유럽 고객사 증설, 북미 공장은 정부 정책의 변동성 등을 감안할 계획이다.
전방산업 약세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인공지능(AI) 반도체용 제품 등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고 있다. 일본 하이브리드용 동박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킨다는 목표다.
차세대 초저조도박 제품을 앞세워 AI가속기용 동박 시장에서 입지도 다진다는 전략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HVLP3세대 이하급 모델을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올 하반기 북미 최종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 통과시 내년부터 공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솔루스첨단소재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493억원·10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적자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고객사들의 단가 인하 압력과 신규 공장 고정비를 지목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초극저조도 동박을 비롯해 마진이 높은 제품의 판매 비중을 끌어올리고, AI가속기용 하이엔드 동박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수익성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북미 CPU '3대장' 모두에 초극저조도 동박을 납품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엔비디아향 제품은 양산에 들어갔다. 이는 표면 거칠기를 0.6㎛ 이하로 낮춘 것으로,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는 AI가속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인텔에서도 제품 승인을 받았고, AMD에서도 성능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중으로, 중국에서도 한때 300%에 달했던 전기차 성장률이 30%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밀어내기' 수출에 따른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원가 절감을 비롯한 조치로 어려운 시기를 견디면서도 고부가 제품 개발 등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