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장 ‘첫 대면’...김병환 금융위원장 “내부통제 전면 재점검하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20 15:28

은행연합회에서 19개 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
사회적 책임, 내부통제, 금융사고 두고 ‘쓴소리’

“9월부터 수도권 주담대 스트레스금리 1.2%p로 상향”
소상공인 대출 잔액 급증세...“은행 건전성 악영향” 우려

“주가 강세 지속되려면 국민 신뢰 기반 성장 관건”
조병규 우리은행장 코로나19 확진...간담회 불참

김병환 금융위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은행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시중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적 책임, 내부통제 부실, 금융사고 등 은행권을 둘러싼 주요 현안을 두고 쓴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었는지, 일반 기업처럼 치열하게 혁신했는지 고민해라"고 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은행권 자율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기반을 둔 가계부채 관리 체계를 갖추는 한편,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 있었는지 돌아봐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연합회장, 19개 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은행장들을 향해 “한 자리에서 뵙게 돼서 반갑다"고 짧게 운을 뗀 뒤 “최근 연이어 발생한 횡령, 부당대출 사건, ELS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문제가 은행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은 우리 금융 산업의 중심축으로서 높은 건전성을 유지해왔고,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민생 안정에 큰 역할을 했지만, 최근 은행의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됐다"며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했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왜 이러한 비판들이 이어지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해당 발언은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적정 대출, 대규모 횡령사고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그는 “은행은 항상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함에도 최근 은행의 신뢰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라"며 “그 과정에서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던 은행 등 금융사 주가가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는 사례를 들면서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금융권 성장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사 신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9월부터 은행권 수도권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 1.2%p로 상향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경각심을 갖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올해 2분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증가세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상환능력, 즉 DSR에 기반을 둔 가계부채 관리 체계를 갖춰달라"고 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고자 9월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p) 대신 1.2%포인트로 상향 적용할 방침이다. 9월부터 은행권은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은행별로 DSR 관리계획을 수립, 이행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DSR 적용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의 추가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 지원에 대해서도 현재와 같은 일회성 지원이 아닌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를 시스템으로 내재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올해 상반기 소상공인 대출 잔액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에 비해 약 380조원 급증하면서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은행권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김병환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 및 사원은행은 20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안정'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은행의 역할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랫줄 왼쪽부터) 강신숙 수협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윤희성 수출입은행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윗줄 왼쪽부터)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이사, 김광옥 카카오뱅크 부대표, 이석용 농협은행장, 박우혁 제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황병우 아이엠뱅크 은행장, 예경탁 경남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김 위원장의 발언이 끝난 직후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내수, 예대마진 의존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참으로 뼈아픈 지적"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제도를 탓하기에 앞서 은행이 먼저 소비자를 위해 혁신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은행에도 우호적인 제도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은 금융 산업의 근간으로, 책임감을 갖고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금리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권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 달 간 금융업권별 최고경영자(CEO) 등 현장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날 계획이다. 이달 22일 여신금융업을 비롯해 28일 보험업, 29일 증권업, 9월 2일 저축은행업, 9월 5일에는 자산운용업 간담회가 예정됐다.


한편,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은행장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김 위원장과 어떠한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한 질문에 “회의에서 다양한 주제를 두고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오늘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듣는 자리"라고 답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시기에 대해 “밸류업 TF를 꾸려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코로나19 확진으로 간담회에 불참했다. 조 행장을 대신해 우리은행에서는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이 참석했다. 김 부문장은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적정 대출 건을 포함한 취재진의 질문에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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