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 건물주는 옛말”…과잉공급에 상가 주인들 속앓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21 15:12

상반기 지방 8개 도 상가 경매 4910건…전년 동기 대비 49.6% 급증

경기 침체에 고금리, 내수 부진에 경매 넘어가는 경우 많다

이커머스 활성화, 인구 감소로 사무실 수요 줄었지만 공급은 여전히 많아

“신도시, 재건축-재개발시 최소한의 상가만 짓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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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도심의 한 상가 전경. 연합뉴스

전국의 상가들이 인구 감소 및 과잉공급,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침체, 온라인 유통업 활성화 등 복합 위기가 계속되면서 텅 비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을 위주로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상가 건물들이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상가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경매 시장에서 지방 상가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내수 부진에 따른 개인사업자들이 빚을 못 갚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임대업을 하던 상가 주인들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소유권을 넘기는 일도 잦아졌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방 8개 도에서 올해 상반기(1~6월) 경매에 나온 상가는 총 4910건으로 매물이 전년 동기(3281건) 대비 무려 49.6%나 늘어났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2년 상반기(1908건)와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157%) 증가한 셈이다.


이같은 경매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 외에 우선 높은 금리에 비해 낮은 상가 임대료 수준이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 빌딩 임대 수익률은 약 3%로 추정되는데, 이는 5% 정도인 은행 대출 금리보다 훨씬 낫다. 예전엔 빚을 내서 임대업을 해도 수익이 났지만, 요즘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팔리질 않는다. 상반기 지방 상가 낙찰률은 평균 15.2%에 그쳤다. 10개 중에 1개 정도만 주인을 찾았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온라인 상업과 유통망이 활성화되면서 상가 수요가 대폭 감소했으며, 고금리 및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져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도 적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상가 공실률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8%로 1분기 대비 0.1%포인트(p) 늘어났다. 소규모 상가는 8.0%, 집합 상가는 10.2%로 각각 0.4%p, 0.1%p씩 공실률이 늘었다. 서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서울 중대형상가 공실률 8.5%은, 소규모상가는 6.5%, 집합상가는 9.5%로 나타났다. 세종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소규모와 집합상가는 각각 11.3%, 15.8%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상가 주인들은 가격 하락을 우려해 임대료를 내리지도 못하고 있다. 최근 전국 상가 임대료는 소폭 상승하거나 동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중대형상가와 집합상가 임대료는 ㎡당 25만7000원, 26만8000원 수준이다. 직전 분기에 비해 변동이 없었고 소규모상가는 19만4000원으로 0.1% 하락했다. 서울 상가 임대료는 직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서울 중대형상가 임대료는 ㎡당 53만1000원으로 0.1% 상승했고, 소규모상가(50만1000원)와 집합상가(47만7000원)는 각각 0.7%·0.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공실이 늘어나면 임대료를 낮추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하지만 상가는 임대료가 매매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건물 매매시 가격을 정할 때 임대료가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이에 건물주들은 임대가 나가지 않더라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의 매매가는 연 임대료(월세×12개월)를 수익률로 나눈 금액에 보증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문제는 인구 감소, 이커머스 시장 확대 등으로 사무실의 필요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상가 공급은 늘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신규로 공급된 상가는 10만4978실에 이르며, 올해에도 연말까지 2만2898실의 상가 입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엔 구조적 원인도 있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방혁신도시 등을 조성할 때 토지 용도별로 면적 비율을 정하는데, 예측 수요와 관계없이 상업 용지 비율을 과도하게 책정해 지나치게 많은 상가가 공급되고 있다. 또 재건축·재정비 사업 때 수익성을 높여 자기부담을 줄기 위해 조합들이 최대한 상가를 많이 지어 분양하려는 경향도 한 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도시나 재개발·재건축시 상가 비율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심하지 않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아파트 상가가 사실상 유령도시로 전락해 있다"며 “지리적 여건이나 기존 상권을 감안하고 입주자들의 편의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에서 상가 공급을 정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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