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중소기업 리포터③ 제도 시행 5년…있어도 힘 못 쓰는 ‘中企 단체협상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01 15:30

‘中企공동행위 담합 배제’ 개정 불구 민간시장선 적용 못받아
“소비자인 대기업에 가격협상권 행사 힘들어” 유명무실 지적
중기중앙회 주도 ‘소비자 범위 구체화, 단체협상권 부여’ 요구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최근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는 여러 규제와 개선 방향을 기획시리즈로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중기협동조합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2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2024년 제1차 협동조합활성화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5년 전인 2019년 8월 중소기업계의 숙원사업이었던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중소기업의 공동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담합)가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중소기업협동조합과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는 드디어 중소기업 간 협업과 공동사업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게 됐다며 개정안 통과에 쌍수를 들어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사실상 개정법안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에도 실제 활용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원인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고시 때문이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공동사업 활성화를 위해 개정됐지만, 세부 기준은 중기부 고시를 따르게 돼 있다. 중기부 고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동행위 심사기준'을 대부분 준용하는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19조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규정 등의 적용을 배제하되 가격인상 등을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는 담합규정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공공시장에서는 조합이 조합원사를 대표해 가격제시 등 중기 간 경쟁입찰 참여가 가능하나, 민간시장에서는 판매주체로서 가격 결정이나 제시가 불가한 실정이다. 가령,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면, 대기업이 소비자가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가격 협상이 불가하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공동사업 수행 활성화는 중소기업계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연구소에 따르면, 공동사업을 수행한 중소기업조합의 연평균 총수익은 13억 6000만원으로, 미수행 조합(6억 4000만원)보다 2배가량 많다.


따라서, 중소기업계는 먼저 법안에 '소비자'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동조합의 거래 상대방은 대기업 등 대부분 B2B(기업간 거래)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최종 소비자'로 명시해야 법의 모호함을 없앨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기협동조합에 '단체협상권'을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미 중소기업의 협상권을 높이는 다양한 해외 나라의 사례들을 꼽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일본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공동사업을 독점금지법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고, 조합이 거래사업자와 가격과 물량 등 거래조건 협상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도 57개 페인트 소매업체로 구성된 페인트라이트(PaintRight)의 경우, 2018년 8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ACCC(경쟁소비자위원회)에 페인트 도매업체 등 30개사를 상대로 가격 및 기타조건을 협상할 것을 골자로 하는 단체교섭의 통지를 제출해 ACCC로부터 허용받았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입법 사례가 있음을 중소기업계는 강조한다. 즉, 가맹사업법(14조2항)에서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가맹본부와 협상권을 가질 수 있도록 단체교섭 응낙 의무를 도입하고, 단체교섭 불응 시 분쟁조정 규정을 추가하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 규정에서 배제하는 등 보완책도 마련돼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우리 국회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의 모호함을 없애고자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중소기업계는 바뀐 22대 국회에서만큼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7월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21대 국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법안이 협동조합의 공동사업에 대한 담합 배제 법안"이라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정희순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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