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밸류체인·바이오헬스·AI·빅데이터 분야 투자 박차…지분가치 상승 모색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지분 52.07% 보유…㈜한화 지분율 14.7%로 확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에 이어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도 겸직한다. 그룹의 신사업 투자를 담당하는 회사를 이끌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상속재원 확보 등 승계를 위한 작업에도 더욱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임팩트는 △수소 밸류체인 △바이오·헬스케어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비롯한 분야에 투자를 단행하는 중으로,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김 부회장을 대표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 선임을 계기로 신규 투자처 발굴 속도도 높인다. 한화임팩트도 폴리에스터(PET) 섬유의 주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생산·판매하고 있으나,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만큼 다른 분야의 성장이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수소 분야에서는 미국 자회사를 통해 수소혼소 개조 기술 등을 보유한 미국 PSM·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했다. 이를 토대로 유럽과 북미에서 수소혼소 가스터빈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내 청정수소 발전시장에서도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화임팩트는 청정에너지와 화석연료의 중간 영역 투자를 지속하는 중으로, 수소 전소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천연가스 발전 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을 앞세워 미래 발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에 47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호주를 비롯한 지역에서 수소사업 협력도 진행 중이다.
바이오·헬스케어의 경우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테세라테라퓨틱스, 혁신 신약 플랫폼을 연구하는 셀라리티를 비롯한 기업에 투자했다. 노령인구 증가 등으로 수요 확대가 점쳐진다는 이유다. 차세대 데이터 저장기술업체 카탈로그테크놀로지 등 데이터 테크향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통합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한화임팩트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HSD엔진(현 한화엔진) 인수에 기여하면서 그룹 내 입지도 다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력을 토대로 그룹 제조계열사의 수익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화임팩트의 성장 여부는 승계 속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 부회장 등 삼형제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한화 지분을 매입하고 상속세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실탄'이 필요한 까닭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한화의 시총은 2조177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분 22.65%를 들고 있는 김 회장의 지분가치는 4932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한 상속세는 300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한화종합화학 시절 중단했던 상장을 다시금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일부를 일반 주주에게 매각해 얻은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성패는 투자자들에게 보여지는 매력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다.
한화임팩트의 가치가 높아지면 지분 52.07%를 들고 있는 한화에너지도 수혜를 입는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씩 갖고 있다.
한화에너지가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22.65%)을 매입하면 삼형제가 ㈜한화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한화에너지가 보통주 공개매수로 ㈜한화 지분율을 9.7%에서 14.9%로 높인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한화가 태양광 장비사업과 해상풍력 사업을 계열사로 이관하는 등 덩치를 줄이는 것도 이같은 시나리오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차익분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간접지배 논란이 심화되는 리스크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한화에너지 합병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으나, 최근 다른 기업의 사례로 볼 때 상당한 난관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며 “기업 내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매끄러운 승계과정을 이어가기 위한 행보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