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좋아했을 건데…이탈리아, ‘통조림 까르보나라’에 “쥐나 줘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02 09:23
통조림 카르보나라.하인츠 엑스/연합뉴스

▲통조림 카르보나라.하인츠 엑스/연합뉴스

영국에서 통조림 카르보나라가 출시된다는 소식에 종주국 이탈리아 분노가 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매체 스카이TG24와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은 미국 최대 식품기업 하인츠가 영국에서 통조림 카르보나라를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제품은 이달 중순부터 개당 2파운드(약 35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노란색 바탕 캔에는 분홍색 라벨 안에 '스파게티 카르보나라, 판체타(훈제하지 않은 이탈리아식 베이컨)를 곁들인 크림소스 파스타'라고 적혀 있다.


하인츠는 가볍게 한 끼 식사를 즐기는 젊은 Z세대를 겨냥한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음식 품질 자부심이 남다른 이탈리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까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니엘라 산탄케 이탈리아 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엑스(X)에 통조림 카르보나라 출시 기사를 올린 뒤 “이탈리아인들은 음식에 진지하다"며 통조림 카르보나라를 “쥐나 줘야 한다"고 질타했다.




“쥐나 줘라"는 표현은 1954년 개봉작 '로마의 미국인'(Un americano a Roma)에서 배우 알베르토 소르디 대사를 인용한 것이다.


이탈리아 유명 셰프인 잔프란코 비사니도 아든크로노스 통신에 “이런 제품이 이탈리아 문화와 요리를 파괴한다. 통조림 카르보나라는 수치스러운 제품"이라고 비판했다.


로마의 미슐랭 레스토랑인 글라스 호스타리아의 유명 셰프 크리스티나 바워먼 역시 “우리 요리의 사생아"라며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비난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오리지널보다 이 통조림 버전을 먼저 먹어보고 실망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역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로마의 피페로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 알레산드로 피페로는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현대성을 좋아하고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카르보나라를 어떻게 고양이 사료처럼 캔에 넣을 수 있느냐"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현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지옥이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일 것", “캔을 열 때마다 로마인이 죽어간다" 등의 분노에 찬 댓글이 달리고 있다.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가 본고장이다.


돼지볼살로 만든 숙성고기 구안찰레와 계란 노른자, 페코리노(양젖 치즈), 후추로만 만들어 먹는 게 정통 레시피다.


다만 이는 생크림과 우유를 넣고 파마산 치즈를 쓰는 '한국식' 카르보나라와는 맛이 전혀 다르다.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4월 6일을 카르보나라의 날로 지정할 정도로 대표적 요리 중 하나로 대접받는다.


현지 언론매체들은 카르보나라 정통 레시피를 변형하려는 외국 셰프들 시도는 이탈리아에서 언제나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는 음식 문화 해외 수출에 '한류', '한식 세계화', 'K-푸드' 등으로 부르며 자랑스러워하는 한국 문화와는 특히 대비된다.


가령 최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 냉동김밥에도 국내 매체들은 '원팀(One Team)이 거둔 성과', '대형호재', '수출 효자', '대박' 등 극찬 성격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 품절대란을 빚어 유명세를 탄 냉동김밥은 지난 6월 수출액 808만달러(약 112억원)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었다.


이는 1년 전 수출액 141만달러 대비 약 475% 증가한 규모로, 올해 1월 수출액 267만달러와 비교해서도 세 배에 이른다.


같은 분식라인에 속하는 떡볶이 역시 '매운 질주' 등 표현으로 각광 받은 바 있다.


떡볶이 제품 수출 성과를 낸 기업 대표들은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효건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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