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 경영진, MBK와 거래는 배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18 16:45

장 고문·사외이사 민·형사 대응 예고
“회사 핵심 자산 넘기는 계약은 위법”

고려아연 CI

▲고려아연 CI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 및 장형진을 포함한 영풍 경영진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최근 진행된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와 관련해 영풍 경영진에게 배임 혐의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18일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가 대표이사 전원이 구속된 상황에서 장형진과 이사들이 중국 등 해외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와 결탁해 사익을 추구한 행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MBK와 영풍 간 체결된 경영협력계약으로 인해 영풍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려아연은 문제가 된 계약에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의 의결권과 처분권을 사실상 MBK에 넘기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영풍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평가다. 구체적으로 영풍은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고, 10년이 지난 후에는 MBK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도록 돼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법조계도 이 결정이 정당한 경영 판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영풍의 개별 기준 자산 총액이 2조3000억원(연결기준 5조5838억원)인 데 비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주식 가치는 공개매수 가격 66만원 기준으로 무려 3조4774억원에 달한다. 이런 핵심 자산을 MBK에 넘기는 결정이 상장법인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주장이다.


이번 결정이 이뤄진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영풍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 손실을 기록 중이며, 영풍 석포제련소는 각종 산업 재해와 환경 문제로 경영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표이사 2명이 전원 구속된 상태다.




고려아연은 영풍정밀에 대한 경영협력계약에서 MBK가 단독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도, 취득한 영풍정밀 주식을 영풍에 넘길 수 있는 풋옵션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영풍이 영풍정밀 지분을 취득할 의무를 지게 돼, 장형진 거문 등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계열사를 이용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또 장 고문이 언론을 통해 “2세에까지 이어져온 두 가문 공동경영의 시대가 이제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3세에까지 지분이 잘게 쪼개지고 승계된 상태에서 그들이 공동경영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밝힌 점이 이번 결정의 영풍의 전체 주주가 아닌 장씨 가문을 위한 것이었음을 시사한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분석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 이사회에 현재 3명의 사외이사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사외이사들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영풍정밀의 주주들과 함께 다각도의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 청구,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 위법행위 유지청구 및 경영협력계약 무효 확인 가처분, 영풍 경영진에 대한 대표소송 등 각종 본안소송, 영풍 이사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업무상 배임 등 형사고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따른 감독당국 진정 등 모든 가능한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법적 대응과 관련한 내용은 파악 중"이라며 “오히려 우리의 결정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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