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싱크홀 발생 957건
국토부 지반침하 예방 활동 등 전개···“지자체 지원 등 더 적극적으로”
최근 우리나라 도로 곳곳에서 '지반 침하 현상'(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의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부족한 관련 인원·장비를 보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8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싱크홀이란 지하개발 또는 시설물 이용·관리 중 주변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을 뜻한다. 주요 노후화, 공사 후 다짐 불량, 배면 지하수·토사 유출 관리 미흡 등이 주요 원인이다. 최근에는 장마가 길게 이어지거나 특정 지역에 극한 호우가 내리는 등 기후가 변화하며 발생 요인이 더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비하는 기관이 국토안전관리원이다. 1995년 '국토안전관리원법'에 근거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만들어졌다. 건설공사 안전·품질 관리, 시설물 안전·유지관리, 지하안전관리 등 사업을 수행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게 설립 목적이다.
임직원 수는 꾸준히 늘어왔다. 2019년 660여명에서 2021년 930여명, 작년 1086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이달 현재 보유 중인 진단장비는 총 148개다. 지진기록계, 토양산화환원전위계, 초음파음향카메라 등 전문 장비가 주를 이룬다.
문제는 싱크홀을 관리하는 인원 자체는 적다는 것이다. 국토안전관리원 내 싱크홀 문제 투입 인력은 12명 뿐이다. 탐색 장비 또한 자동차 8대 수준에 불과하다. 도로용 차량형 4대, 협소지역용 3대, 수동형 2대 등이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전국에 생겨난 싱크홀은 총 957개다. 이틀에 한 건씩 싱크홀 사고가 나는 셈이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다쳤다. 파손된 차량은 78대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97건으로 가장 많았다. 광주(122건), 부산(85건), 서울(81건), 전북(70건), 강원(68건), 대전(6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발생 원인은 '하수관 손상'이 446건으로 전체의 46.6%를 차지했다. 다짐 불량(171건, 17.9%), 굴착공사 부실(82건, 8.6%), 기타 매설물 손상(64건, 6.7%), 상수관 손상(39건, 4.1%) 등도 이유였다.
자연스럽게 국토안전관리원으로 들어오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반탐사 안전점검 요청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81개소, 2021년 266개소, 2022년 388개소, 지난해 576개소 등이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에만 486개소에서 탐사 요청이 들어왔다.
국토안전관리원이 안전점검을 펼친 구간도 2020년 952km에서 지난해 1665km로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049km를 살폈다.
국토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지난 13일 서울에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싱크홀 예방 대책을 논의했다. 연말까지 관계부처·지자체·유관기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TF도 운영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국토안전관리원과 고속·일반국도 지반침하 위험구간 1700km를 2년 내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지자체 탐사지원도 내년 3200km, 2026년 4200km 등으로 확대한다. 장비 관련 표준화된 성능 검증방안을 마련하고 분석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전문가들은 도로나 빌딩가, 주택가 등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할 경우 자칫 대형 인명 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일회성 캠페인 보다는 관련 장비·인원을 대폭 확충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 장비가 부족한 지자체들의 자체 관리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탐사지원 목표치를 더 과감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황 의원은 “최근 연이은 장마와 집중호우, 노후 하수관 손상 등으로 지반이 약화돼 싱크홀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문인력과 장비 확충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지반조사를 통해 지하 안전성을 확보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