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거취, 이사회가 판단”...우리금융 향한 금융당국 메시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19 16:49

김병환-이복현, 우리금융 경영진 책임 언급
원론적 발언이나 무게감은 ‘상당’

우리금융, 이달 말 차기 행장 선임절차 착수
임종룡 회장 “결과 나오면 겸허히 수용” 강조
당국 제재 수위, 책무구조도 도입 등 변수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 등 우리금융을 둘러싼 금융사고를 놓고 이사회의 판단을 언급하면서 그룹 안팎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 모두 겉으로 보기에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지만, 이달부터 우리금융을 포함한 4대 금융지주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착수하는 점을 고려할 때 그 발언의 무게감은 남다르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사태의 책임을 우리은행장 등 계열사 CEO에게 묻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아직 금융감독원의 제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이사회는 기존의 관례를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 “이사회 판단" 한목소리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고, 금융위원장으로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경영진도 이번 금융사고 관련해 아마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경영진의 거취 관련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금융 이사회,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다소 강한 어조로 우리금융을 비판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전 회장) 관련된 (친인척) 대출과 부실까지 일어난 건 과거의 일이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대응하는 방식 등을 볼 때 우리금융이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서로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한 것에 대한 개혁 의지가 없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가 묻는 게 맞는 것 같고, 이사회나 주주가 할 일"이라며 “원(금감원)은 보이는 문제, 감독 측면에서 볼 때 잘못된 부분이 부실을 만들 수 있고, 여신 실행 과정에서 관계지향적인 운영을 하면서 수익성, 건전성 등 숨겨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 현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 이달 중 계열사 CEO 인선 돌입

김 위원장과 이 원장 모두 손 전 회장의 부적정 대출을 포함한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과 이사회의 판단을 언급한 것은 이달 들어 4대 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계열사 CEO 인선에 착수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이달 10일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절차를 개시했으며,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최고경영자 임기 만료로 인한 퇴임의 경우 최소 임기만료 3개월 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KB금융지주도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은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전인 9월 중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승계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우리금융은 '자회사 대표이사 경영승계계획'에 의거해 이달 말께는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하나은행처럼 경영승계 절차 시기를 명문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조 행장의 거취를 두고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했지만, 우리금융 이사회 입장에서는 '경영진의 책임', '이사회의 판단'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병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이사회 입장에서 조 행장의 거취를 결정할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사회 차원에서 금융사고의 모든 책임을 조병규 행장에 물을 수 있을지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고 발언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임 회장의 발언은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와도 같다. 현재 금융당국으로부터 현 경영진의 징계 수위나 위법 행위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가운데 행장을 교체하는 것이 정답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나아가 책무구조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점도 이사회 고민을 더하는 요인이다. 책무구조도란 지배구조법상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하는 문서로, 내부통제 관련 임원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제출하는 금융사는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아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아직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도입한 금융사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도, 현 CEO 거취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은 우리금융 사태의 심각성을 이사회가 오히려 외면하는 결과로 비춰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계속해서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행장 교체만으로) 해결될지는 미지수"라며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의 발언은) 금융그룹 인사 시즌과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을 앞두고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이사회 역할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손 전 회장 사태의 책임을) 현 경영진에 묻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을 것"이라며 “(임 회장 발언처럼) 원칙과 규정에 따르지 않겠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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