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정밀과 에프앤가이드, 각각 3연상과 2연상 중
고려아연·에프앤가이드, 공시 통해 매수 주체 파악 可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승패 기울었다는 시각多
최근 '경영권 분쟁'이 국내 주식시장 테마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만큼 활발하다. 하지만 주가 기준으로 볼 때 종목별로 온도차가 확연하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상황이 연출됐는지 여부가 주가 상승 여부를 가르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영풍정밀과 에프앤가이드는 전일 대비 4720원(29.82%), 5250원(29.91%) 상승하며 각각 2만550원과 2만2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영풍정밀은 3연상, 에프앤가이드는 2연상이다.
두 종목의 상승 배경은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한 주주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다. 1973년 고려아연이 설립된 후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2022년 최 회장 취임을 전후해 양가가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는 등 갈등이 드러났다.
그리고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영풍그룹과 협력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고, 그 과정에서 영풍정밀도 공개매수하기로 발표했다. 다음달 4일까지 영풍정밀 주식을 주당 2만원에 최대 43.43%까지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발표 전날 주가가 주당 9370원인 점을 고려할 때 두 배가 넘는 가격이었으며, 영풍정밀은 3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며 2만원에 도달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뚜렷한 편이라면 에프앤가이드는 갈등의 구조가 다소 불명확하다. 다만, 양측의 다툼 강도는 상당해 보인다.
이날 에프앤가이드는 10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4인의 비상무이사 후보 중 다득표 순서로 이사 2인을 선발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이철순 현 대표이사가 포함된 김군호 전 대표 측과 권형석·권형운 화천기계 공동대표가 각각 모두 법원에 임시주주총회를 소집청구한 후속절차다. 현행 상법상, 이사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총을 소집할 수 있는데 에프앤가이드를 지배하는 집단과 경영하는 집단 모두 이사회가 아닌 법원에 가서 임시주총을 소집청구했다.
공시 관련 자문업체 대표는 “이사회 내에서 안건이 조율이 되지 않아서 법원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법원에 임시 주총을 청구한 것 자체가 외부에 이사회 내부의 갈등을 유출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경영권 분쟁에도 주가는 '온도차'
고려아연과 에프앤가이드만 경영권 분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사이언스와 에스씨엠생명과학도 경영권 분쟁 중이다. 특히 한미사이언스는 고려아연과 더불어 경영권 분쟁으로 올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1월 달 한 차례 상한가를 제외하면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20일 종가인 3만3800원은 52주 최고가인 5만6200원과 비교할 때 60% 수준에 불과하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7월 임시주총을 선언하면서 경영권분쟁이 시작됐지만, 주가는 주당 2000원 부근에서 무거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과 에프앤가이드의 경영권 분쟁은 지분 매입이 이뤄졌거나 이뤄질 예정인 점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선언했고, 에프앤가이드의 경우 최대주주인 회천기계 측이 9월 11일부터 대규모 장내매수를 하면서 주가 부양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반면 한미사이언스와 에스씨엠생명과학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는 지분 매입의 흔적은 보기 어렵다. 두 종목의 최대주주 모두 '상속세'에 발목이 잡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고 임성기 회장이 2020년 별세한 이후 상속인 4인 간 갈등이 원인이 돼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상속인 4인 모두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추가 지분 확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정기주총 과정에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국민연금, 주주연대 등 수많은 캐스팅보트가 난립했다. 공개매수, 장내매수 등의 방법을 통해 최대주주가 캐스팅보트를 줄이는 과정이 없었다는 의미다. 또한 지난 7월 신 회장이 모녀와 공동의결권 행사 약정을 체결한 이후에는 표 대결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양 측 간 지분 차이가 커졌다.
에스씨엠생명과학 최대주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22년 고 송순욱 전 대표가 별세하며 생긴 상속세가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되고 있다. 송 전 대표 사후 부인인 송기령 씨가 최대주주가 됐는데 지난해 유상증자 과정에서 그는 “상속세 납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보유주식을 유상증자 종료 이후에도 상속세 납부 시기에 맞추어 블록딜(장외대량매매)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힐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분을 높은 가격에 매입하려는 곳이 나와야 주가는 기본적으로 상승한다"면서 “그 차이가 고려아연, 에프앤가이드와 한미사이언스의 차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