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국가유산 등 주요 건축물 화재 예방 ‘구멍 숭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22 12:29

지난해 148만개 중 42만개만 소방시설 자체점검 실시
건물주 ‘셀프 점검’ 제도가 문제···“참사 막기 위해 제도 개선 필요”

자료사진. 경찰이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을 감식 중이다. 이 시설은 과거 소방시설 자체점검

▲자료사진. 경찰이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을 감식 중이다. 이 시설은 과거 소방시설 자체점검 결과 이상이 없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인명 손실이나 경제적 피해, 국가 주요 문화재 훼손 등이 예상되는 물류창고, 국가유산 등 각종 특수 건물들의 화재 예방 정책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법상 건물 관계인이 소방시설을 '셀프 점검'하고 이를 신고만 하도록 규정돼 있다. 문제는 강제 규정이 없고 소방 당국의 관리가 소홀해 이행률이 낮다는 것이다. 유사시 소화전·스프링클러 등이 고장나 제 몫을 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히고 국민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22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48만여개 '특정소방대상물' 가운데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실시한 곳은 42만개(2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소방시설법'은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된 시설 또는 건물에 대해 연 2회 시설 자체점검을 실시해 소방서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아파트,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들이 대상물로 지정된다.



점검 여부는 시설별로 크게 달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체점검 건수를 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7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의료시설', '운동시설', '교육연구시설' 등은 3년 연속 100%(연 2회)를 넘겼다.


반면 대형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있는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은 점검율이 3%대에 불과했다. 창고시설(6% 안팎), 동식물 관련시설(1% 안팎), 국가유산(6% 안팎), 근린생활시설(14% 안팎) 상황도 심각했다.




지역별 편차 문제도 심각했다. 경기 북부 지역만 놓고 보면 가스저장시설 등 '위험물저장 및 처리시설'이 1400여개 있으나 지난해 점검을 한 곳은 11곳뿐이었다. 충청북도 역시 비슷한 시설 자체점검률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0.5%를 넘기지 못했다.


택배사 물류 터미널 등 창고시설을 놓고 봐도 충남에 5400여개 시설이 있지만 자체점검 실시율은 3년간 3%를 넘지 못했다. 대전에서 있는 축사·식물재배시설 150여개 중 3년간 화재 점검을 한 곳은 1곳이었다.




울산과 세종에는 소방시설 자체점검 대상 국가유산이 각각 13개 있으나 지난 3년간 점검을 전혀 하지 않았다. 경남남도 창원 역시 37곳 중 단 한 곳도 자체점검을 시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자체점검을 건물 관계인 자유의사에 맡겨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소방서는 건물 관계인이 제출한 문서로만 특정소방대상물의 안전을 확인할 뿐 따로 현장에 나가지 않고 있다. 소방관이 제출한 문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야 현장을 방문한다.


자체점검을 실시한 결과도 믿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소방청이 2022년 9월 전국 소방시설 자체점검 대상 190개소를 실시한 '소방시설 자체점검 대상 표본조사'를 보면 79개소에서 94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2021년부터 작년까지 소방시설 자체점검 결과 총 1518명이 입건되고, 4910건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박 의원은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시설에 대한 자체점검마저 '자기 책임'이라는 명목 아래 자율로 맡겨놨지만 실시율이 상당히 저조하다"며 “이를 보완할 '화재안전조사'는 소방서장의 필요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정해져 있고 이마저도 실시율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리셀 공장화재나 부천 숙박업소 화재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자체점검과 화재안전조사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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