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공기업을 지방으로 실질적으로 이전한 지 어언 10년이 되었다. 과연 공기업을 10개의 혁신지역으로 이전한 결과 과연 지방경제는 살아나고 있는가? 한국은행이 지난 3월에 내놓은 '지역경제보고서 이슈분석'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 동안 수도권의 경제성장기여율은 70.1%였고 2001년에서 2014년 동안 기여율 51.6%보다 더 증가했다. 수도권은 경제가 더 커지고 비수도권은 경제가 쪼그라들어서 지역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지역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존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적나라하게 들어난 것이다. 특히 청년들의 지방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연구한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수도권 인구 증가에 대한 청년 유입의 기여율은 78.5%이며 반대로 인구가 감소한 동남, 호남, 대경권에서 청년 유출의 기여율은 각각 75.3%, 87.8%, 77.2%로 주요한 지역의 인구 유출이 모두 청년층임을 지적하고 있어서 지역 인구 유출로 인한 지역 소멸의 문제는 미래에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밝히고 있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지역으로 이전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인구가 유입된다고 하여 시작한 공공기관 지역 이전의 결과는 왜 이리 처참한 수준이 된 것인가? 결국 관념적으로 기계적인 평등을 추구하고 지역적 이해관계에 얽매어 공기업을 나눠먹기한 필연적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어떠한 이론적 근거나 실증적 연구없이 단행해버린 정책실패이자 비효율적 자원배분의 결과로 지역 소멸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나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한전은 나주로, 가스공사는 대구로, 한수원은 경주로, 발전 5개사는 부산, 진주, 태안, 보령, 울산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이전하였다. 에너지공단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울산으로 본사를 이전하였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본사를 지키는 시간보다 서울이나 세종을 오가는 시간이 더 많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정부관련 미팅은 세종에서 주로 하고 위원회나 주요 기관들간의 미팅은 서울에서 주로 이루어 지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앉아서 본업에 집중하기보다는 돌아다니면서 KTX나 SRT 기차안에서 모든 일처리를 하면서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관념적으로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도 괜찮은 양질의 공적 일자리들을 지역으로 이전하면 지역 인재들이 고향에 정착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 국토균형발전의 아이디어는 실패로 판명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은 서울로 더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서울이라는 브랜드는 K-pop처럼 지역을 내포하는 세련된 이미지로 젊은 층에 더욱 각인되고 있다. 서울과 비서울의 브랜드 차이가 부동산도 격차를 발생시키고 임금격차도 뛰어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선호하는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결정할 때 주요 경기지표나 국제정세보다 서울 집값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서 지역 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집값도 적정수준으로 안정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대가 학생선발에 지역인재를 할당해야 한다는 무리수로 보이는 정책까지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렇게 된 것은 서울이 독보적인 도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글레이저 교수는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가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이자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기계적 평등에 빠져 공공기관을 흩뿌릴 것이 아니라 서울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최고의 교육시설, 의료시설, 문화시설을 갖추어 인재들이 살고 싶어 하는 자족가능한 한 두개의 메가시티를 키웠어야만 했다. 이미 기계적 평등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결과로 효율성을 기준으로 다시 재배치하는 것은 지자체의 반대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브랜드 도시를 키울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