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43…“韓 반도체·배터리 대체 불가능한 기술 우위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23 15:16

대한상의·한미협회, ‘제4회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 개최

해리스 ·트럼프 누가 되더라도 韓-美 협력 강화는 필수 강조

허프바우어 “삼성전자 3D 메모리 칩, 中 유입 않도록 해야”

포스코경영연구원 “미국과 공조해 신뢰받는 공급망 구축을”

제4회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개최한 '제4회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에서 '미 대선 결과 시나리오에 따른 한미 산업 협력 지형 변화'를 주제로 토론 중인 패널들. 사진=박규빈 기자

중국과 첨단 기술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43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 불가능한 원천 기술의 중요성과 전략적 기술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불안정안 국제 정세 속에서 기술 혁신과 국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야 우리나라가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사단법인 한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대한상의 지하 2층에서 '미 대선 결과 시나리오에 따른 한미 산업 협력 지형 변화'를 주제로 제4회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분쟁을 넘어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고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 반도체 질서인 '칩4 동맹'에 속한 한국 반도체 산업계는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메모리 분야를 선도하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불확실성 증가 등 각종 변인에 노출돼있어 위협을 받고 있다.


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대중 대비 대미 수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에서 최중경 한미협회장이 개회사를 전하는 모습.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에서 최중경 한미협회장이 개회사를 전하는 모습.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현장에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선출되느냐에 무관하게 반도체 정책이 국가 안보와 경제적 경쟁력 확보라는 큰 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신창환 고려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의견에 힘을 실으려면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전략적으로 필요한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액은 4400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 간 전략적 기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게리 허프바우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한-미 간 긴밀한 기술 협력 방안 네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 수출하거나 생산할 수 없는 반도체 품목을 선정하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잘 만드는 200단 이상의 3D 메모리 칩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SK하이닉스의 전문 분야인 팹과 패키징 테스트 유닛 등 생산 능력의 격차를 파악하는 데에 매우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새 팹을 짓는 데에는 2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시장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며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양국이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허프바우어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해리스 부통령은 경쟁자로 인식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중국 시장에 대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안 전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리스크는 중국에 있는 공장들의 원활한 운영"이라고 언급했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가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에서 발언 중인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가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에서 발언 중인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1부 주제 발표자로 나선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누가 당선되든 미·중 패권 경쟁은 반도체를 넘어 AI·양자 컴퓨터 등으로 확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대응 방안에 관해 그는 “고성능 AI 전용 메모리칩과 선행 기술, 표준·로드맵 설정 등 제반 분야에서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메가 클러스터 생태계 확충과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인력 투자 등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좌장을 맡은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의회가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주도 면밀하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의회 차원의 정책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는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박규빈 기자

▲2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는 '한미 산업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박규빈 기자

한편 차세대 기술 트렌드 선제 대응도 요구된다.


허프바우어 연구원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반도체 산업의 중심은 인공 지능(AI)이 차지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AI 반도체와 관련 기술 분야에서의 선제적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 필요성이 대두된다.


한편 중국의 저가 공세와 공급망 의존도 문제를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산업계에 대해서도 미국 내 전략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가치 사슬(GVC)에서 신뢰 가치 사슬(TVC)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인 한국은 미국과 공조해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속가능미래연구본부장은 “AI와 같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분야를 위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품질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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