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너지경제신문 이상욱 기자 20년 이상을 함께한 아들이 얼마 전 기자에게 제대로 발끈했다. 기자가 자신에게 취재원 대하듯 훈수조로 말한다는 것이다.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야?"라며 쏘아붙였더니 “지금 말씀하는 모습도 그렇잖아요" 한다. 사람 습성이 이렇게 무섭다.
지난 24일 오전 최재호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이 출입 기자들과 오찬을 하며 기자들에게 툭 던진 성희롱 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최 회장은 식당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무학의 술을 권했다. 석류·블루베리·레몬맛 탄산 소주가 나오자 “(석류맛 탄산 소주) 이거는 여자 술이야"라며 오찬에 참석한 여기자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이어 “여자는 석류 아니냐. 석류를 먹어야 가슴이 나오지. 석류 많이 먹으면 남자들 가슴이 커진다니까"라고 했다.
이 부적절한 행태가 세계가 주목하는 기계·방위산업 거점 도시의 경제단체를 이끄는 수장의 수준이라는 데 한숨이 나온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여성단체와 언론계 등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해명 없이 지난 25일 부산지역 한 일간지가 마련한 강연에서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말했다. 과연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이미 세간에는 최 회장이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대화를 독차지하고, 다른 이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경남울산기자협회는 지난 26일 낸 성명을 통해 “최 회장은 그동안 향토기업 2세 경영인으로서 많은 구설에 올랐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이제 창원지역 경제인들 사이에 취임한 지 불과 1년도 안된 최 회장이 권위주의로 퇴행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창원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당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강조했다.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지역사회를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은 훨씬 크게 다가왔다. 경남여성단체연합회는 지난 26일 오후 창원상공회의소 앞 기자회견에서 '성인지 감수성 없는 기관장은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최 회장의 공적인 자리 성희롱 발언 사건은 본인의 공적 책무의 무게감과 영향력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 창원지역 한 기업인도 “민심을 얻기는 어려워도 잃는 건 순간"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2세 경영인으로, 1985년 무학에 입사해 1994년 대표이사와 2008년 무학그룹 회장에 올랐다. 30년 동안 전문 경영인의 외길 인생을 걷다가 지역 경제단체 수장으로 직행했다. 그 바탕에 남들이 뭐라 하건 개의치 않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소신만 바라보는 강한 자기중심성이 존재한다는 평이 자자하다. 하지만 이제 그 스스로가 지역 경제 권력의 중심이 되면서 거친 말투가 사회 문제로 귀결된 것이다. 경남울산기자협회도 “당시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최 회장 앞 자리에 있던 한 남성 기자가 최 회장의 발언에 놀라, 몸짓으로 그만할 것을 만류했는데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고 지적할 정도다.
경남울산기자협회는 “경남 경제의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이어가기 이전에, 경남 경제계를 대표하는 기관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퇴하라"며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본지는 최 회장에게 발언 경위를 전화와 문자로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