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경기 부진 조짐이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에 영향을 미치면서 오는 4분기 제조업 체감경기가 하향 조정됐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 2252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 BSI는 직전 분기 89에서 4포인트 하락한 85로 집계됐다.
BSI 지수는 100을 초과할 경우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음을 나타내며 100 이하일 경우 그 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4분기에도 내수(85)와 수출(86) 지수 모두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모두 기준치를 하회하며 체감경기 부진이 예상됐다.
중소기업은 85로 전분기 대비 2포인트 하락했으며, 대기업(86)과 중견기업(84)은 각각 12포인트와 13포인트 하락해 큰 낙폭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화장품(110)과 의료정밀(109)만이 기준치를 넘겼다. 특히 화장품 업종은 중국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 등 서구 시장으로의 수출 증가로 가장 높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의료정밀 업종은 4분기 수주 계약, 매출 증가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아 긍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반면 반도체(94)와 전기장비(97) 업종은 100 이하로 하락했다. 반도체 업종은 모바일 및 PC 수요 둔화 우려와 범용 D램 가격 하락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또 비금속광물(89)과 정유·석유화학(86) 업종도 환율과 원자재 가격의 불안정성으로 체감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강 업종은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으며, 자동차 업종도 8월 생산량이 2022년 8월 이후 2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체감경기 전망이 기준치를 밑돌았다. 식음료 업종 역시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또 대한상의 조사에서는 올해 영업실적이 연초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61.6%에 달했다.
기업들은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리스크로 '내수 소비 위축'(57.2%)과 '원자재 가격 상승'(39.6%)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수출국 경기침체'(27.6%), '재정부담'(23.4%), '환율 변동성 확대'(20.0%) 등의 응답이 뒤따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등 주요국들이 경기침체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 인하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내수 진작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통화정책 전환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인프라 투자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