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직면 이커머스, 쿠팡 vs 알리 ‘쩐의 전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1 17:28

■ 격변기 유통 (중) 쿠팡-알리 ‘양강구도’ 형성될까
‘투자확대’ 알리, 물류센터 준비·K베뉴 확대 공세 강화
쿠팡, 물류 인프라 확대로 전국 ‘쿠세권’ 구축 ‘맞불’
중위권업체, 셀러혜택·배송강화 ‘티메프 반사이익 잡기’

유통업계가 인구 구조와 시장 트렌드 변화로 큰 격변기를 겪고 있다. 편의점이 백화점을 제치고 유통업 1위에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고, 티메프 사태 이후로 중국 이커머스 공세가 강화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소매시장 성장률 둔화 속 국내외 경영여건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온오프라인 업체 가릴 것 없이 전반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본지는 향후 국내 소매시장에 나타날 변화와 특징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로고

▲쿠팡(위)·알리익스프레스 로고. 사진=각사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중국 이커머스 급부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초저가로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가 올해 1조원 이상 한국시장 투자, 내년 물류 인프라 구축 계획 발표, 한국상품 전문관 확대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공세를 강화하자 쿠팡도 물류 인프라 3조원 투자 계획 발표로 맞불을 놓으며 한-중 거대 이커머스 업체간 '쩐의 전쟁' 양상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반면, 시장 한켠에선 이커머스 기업들의 티메프 틈새 장악 경쟁도 치열하다. 네이버가 자사몰을 강화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방식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한편 중위권 이커머스 업체들도 셀러 혜택, 배송 강화 등을 통해 티메프 수요 흡수에 나섰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하반기 들어 한국시장 투자확대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대표는 지난달 3일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 중국 항저우 본사에서 열린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3~5년 안에 국내 온라인 소비자 50% 이상을 사용자로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이달 알리는 국내 중소셀러 해외 판매를 지원하는 '글로벌셀링'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셀러들에게 5년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상품 전문관 '케이베뉴' 사업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쌀·축산·과일 등 식품 카테고리의 매출 성장세가 높은 만큼 향후 식품 전문관을 운영하고 건강기능식품 상품군도 집중 육성할 예정이다. 뷰티 카테고리도 10월 행사에 이어 11월 11일 '광군제'를 통해 프로모션을 확대, 고객 유입을 늘린다는 목표이다.


쿠팡은 이같은 알리의 공세에 물류 인프라 확대로 맞서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4일 남대전 프레시 풀필먼트(통합물류) 센터 준공식을 열었다. 2020년 5월 쿠팡과 대전시가 투자협약을 체결한 지 4년만이다. 면적은 8만8000㎡로 축구장 12개와 맞먹는 규모다.




쿠팡은 남대전 풀필먼트 센터 준공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물류 인프라 확대에 약 3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을 포함해 광주광역시·경북 김천 등 전국 9개 지역에 추가로 인프라를 구축해 2027년까지 전국을 '쿠세권(새벽배송 가능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업계는 알리가 당장 쿠팡에 버금가는 업체로 성장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모기업 중국 알리바바의 막강한 자금력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는 아직 거래액이 작고 잘 팔리는 품목이 한정적이라 쿠팡과 양강 구도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알기 어렵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알리가 돈을 쓸 수 있고 또 계속 쓸 여력이 있다는 점이다. 쿠팡도 돈을 많이 투자했고 알리도 그런 식으로 또 투자할 수 있을텐데 나머지 업체들은 그렇게 돈을 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쿠팡과 알리의 투자확대 경쟁 속에서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업계 한켠에선 티메프 반사이익 잡기 경쟁이 치열해진 모습이다.


업계에선 최근 티메프 사태 이후 자사몰을 강화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주요 기업들이 연이어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를 개편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인공지능(AI)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네이버는 자사몰 플랫폼 성격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힘을 주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독자적으로 자사몰을 운영할 자본이나 인력이 부족한 판매자들이 부담 없이 D2C(소비자직접판매)몰을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 대안으로 떠올랐다.


셀러 혜택 확대와 배송 경쟁력 강화로 고객 유입에 나선 업체도 늘고 있다.


11번가와 G마켓 등 중위권 이커머스업체들은 최근 티메프 정산지연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들을 돕는 행사 등을 펼치면서 고객 유입 증대 및 실적 개선 등의 성과를 보고 있다.


11번가는 주력 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에서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1∼8월) 오픈마켓 부문 누적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150억원 이상 증가했고 리테일(직매입) 사업을 포함한 11번가 전사 기준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300억원 이상 늘었다.


롯데온은 티메프 정산지연 사태 이후 신규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롯데온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가 터진 지난 7월 신규 가입 고객이 전월대비 10% 늘었다. 8월에도 전월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7~8월은 여름 휴가시즌이라 통상 비수기로 평가되기 때문에 이례적인 결과다.


이같은 반사이익을 누린 롯데온은 기존에 운영하던 익일배송에서 당일배송까지 검토하며 배송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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