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론’에 해외 인력감축…삼성전자 주가 폭락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2 16:18

“삼성, 동남아·호주 등에서 인력 10% 해고”
반도체 업황↓·뒤쳐지는 경쟁력 위기론

글로벌 IB, 삼성電 목표주가 하향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

국내선 감원 계획 없지만
‘비용절감’ 등 정신무장

삼성.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을 줄이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법인 등에서 감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겨울론'을 제기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해외 인력을 감축한다는 소식마저 전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위기감이 전방위적으로 고조되는 모습이다.




2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을 줄이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동남아니사, 호주, 뉴질랜드 법인 등에서 인력의 약 10%를 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최근 인도와 중남미 일부 지역엔 직원 10% 감원을 이미 실시했다고 전했고 다른 지역에 있는 해외 법인에서도 최대 10% 가량의 감원이 계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에 있는 삼성전자 여러 부서 직원이 전날 인사 담당자, 관리자들과 비공개 회의에서 감원과 퇴직금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본사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직원을 약 15%, 행정 직원을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일부 해외 법인은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기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설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사업 이익이 지난해 불황으로 인해 1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기에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은 지난달 모두 하락 전환하면서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1Gx8'의 지난달 30일 고정거래 가격은 평균 1.7달러로, 전달대비 17.07% 떨어졌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인 128Gb 16Gx8 MLC의 지난 9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4.33달러로, 지난 7개월간 이어온 보합세를 깨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HBM의 경우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큰 손' 고객인 엔비디아 납품도 늦어지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도 수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선 상태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반도체 및 스마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핵심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가는 올해 20% 이상 하락했다"며 “AI용 반도체 제조는 SK하이닉스에 뒤쳐지고 있고 TSMC와 위탁생산 경쟁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노조와의 갈등도 여전히 진행 상태다. 방사선 안전 관리 부실로 지난 5월 기흥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인도법인 가전공장의 직원 약 600명이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구금되는 등 각종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주가 추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8월 1일부터 10월 2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10조821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주가 추이.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삼성전자 위기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업황이 고점에 근접했다고 진단한 데 이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낮췄다.


맥쿼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맥쿼리는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가) D램 1위 공급업체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한때 6만원을 밑돌며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8월 1일부터 이날까지 10조821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감원이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50년을 맞아 삼성 반도체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온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롭게 제정하기로 하는 등 '정신 무장'에 나섰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절박함을 가지고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불필요한 행사를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 50주년 행사를 열지 않기로 하거나 글로벌 파운드리 행사 일부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6곳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4235억원으로 전망됐다.


당초 14조원대로 예상됐던 영업이익은 지난달부터 급격히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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