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위스키증류소·제주소주 등 주류제조 ‘한발 빼기’
신사업 성과 없고 실적 부진…와인 유통매장 힘주기
‘와인앤모어’ 고급화, 뷰티연계 생활브랜드 전환 포석
신세계그룹 주류 전문 계열사 신세계L&B(신세계엘앤비)가 사업 확대로 전개했던 위스키·소주 제조에서 한 발을 빼고 본업인 '주류 유통사업'에 선택과 집중하며 실적 반등을 위한 '새 판 짜기'에 나섰다.
위스키와 소주 제조업 진출을 통한 사세와 매출 키우기를 의도했지만 내수 부진과 MZ세대 주류 취향 변화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전체 실적 감소로 이어지자 위스키·소주 제조를 접고 성장 기반이었던 와인 중심의 유통플랫폼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가 경영 효율화를 골자로 위스키·소주 등 주류 제조 사업 힘 빼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적자에 허덕이던 자회사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추정대로라면 매각 규모는 500억~1000억원 수준이다. 연내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 '푸른밤'을 선보이는 등 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매년 적자 규모만 늘었다. 인수 첫해 19억원이던 제주소주 영업손실은 2020년 106억원까지 급증했고, 결국 2021년 3월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같은해 8월 신세계L&B로 흡수 합병됐다. 현재는 수출용 소주 위탁생산(ODM) 방식으로 해외 사업만 영위하고 있다.
주력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위스키 제조 사업도 기존대로 수입 위스키 유통·판매만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당초 2022년 제주도 내 증류소 설립과 함께 K-위스키 제조업에 뛰어들었으나, 지난해 말 사내 위스키 신사업 전담 조직 'W비즈니스'팀을 해체하며 잠정 중단된 상태다.
신세계L&B가 주류 포트폴리오 축소 등 군살빼기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L&B 매출과 영업이익은 1806억원, 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5%, 93.8% 감소했다.
주류 유통에 해당하는 도매사업부 영업이익이 28억원으로 실적을 견인했으나, 제조사업부에서 2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수익성을 갉아먹는 탓이다.
사업 부진으로 골칫덩이로 전락한 제조사업부문 사업 규모를 줄이되 신세계L&B는 와인 중심으로 본업인 주류 유통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와인 전문숍 '와인앤모어' 온·오프라인 고도화와 함께 사업 영역을 넓히는 등 고강도 체질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와인앤모어의 매장 고급화를 골자로 하되 수익성이 낮은 매장은 폐점하는 대신 서울 청담점 등 주력 매장은 확대하고, 와인 가격대도 고가의 프리미엄 위주로 재구성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신세계L&B는 저수익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2022년 51개였던 와인앤모어 수는 지난해 48개, 올해 45개까지 감소했다. 연내 AK광명점과 부산 명지점도 추가로 폐점할 계획이다.
반면에 수익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시도는 빨라지고 있다. 최근 출시한 큐레이팅형 주류쇼핑 앱(App)이 대표사례다. 특히, 앱 출시와 함께 멤버십 서비스도 신규 도입해 고객별 와인구매 형태를 파악한 뒤 맞춤형 제품을 소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화장품 시장 등 이종(異種)산업 진출도 또 다른 전략이다. 올 상반기 신세계L&B는 특허청에 '와인앤모어 뷰티' 상표권을 출원했는데, 와인앤모어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한다는 신사업 차원에서다.
일각에선 주요 유통업체 위주로 화장품 경쟁에 참전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만큼 차별화된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신세계L&B가 와인을 원료로 한 화장품을 출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관련 업무를 진행 중으로, 정확한 일자나 품목은 공개가 어렵다"면서 “유통 채널 운영, 자체 생산보다 이종 협업 형태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