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동 걸린 창원 완충저류시설 제안 사업자는 ‘포스코건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7 10:00

창원시 “정부에 한도액 소멸 통보했고, 현재 재검토 용역 중”

창원=에너지경제신문 이상욱 기자 경남 창원 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 임대형 민자사업을 제안한 기업이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시는 이 사업을 감사단계에서 멈추고 재검토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 설치 사업을 중단한 건 아니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 지난 8월 조달청에 용역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창원시청

▲창원시청 전경. 제공=창원시

완충저류시설은 공업단지에서 나온 유독성 물질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설비다. 앞서 창원시는 2020년 7월부터 이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 설치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 같은 창원시의 계획은 자체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적격성 검토를 거쳐 지난 2022년 12월 국회의 민자사업 한도액 공고 절차까지 마무리했으나, 이듬해 12월 이후 사업추진 재검토에 들어갔다.


창원시 관계자는 “1년 이내에 제안내용 공고 등 절차를 이행하지 못해 부득이 지난 1월 환경부에 이 사업 한도액 소멸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 사업비 1400억원 더 소요되는 '집중형' 방식으로 임의 변경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건설은 창원 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의 설치 기간을 내년 8월부터 2029년 3월까지 총 3년 8개월로 제안했다. 창원 봉암동 일원 2만9556㎡ 규모에 3508억원의 국비 등을 들여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포스코건설은 시설 준공 이후 20년간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한다. 공공이 부담해야 할 임대료와 운영비 등 총 지급액은 6028억원에 이르고, 국비를 제외한 창원시 순수 부담액은 2414억원으로 추정돼 업계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이처럼 향후 20년 동안 매년 100억원 이상의 재정 부담이 생길 뿐만 아니라 사업자 선정 과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완충저류시설' 설치 계획도 원점 재검토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민선 7기 시절 창원시가 시 정책과 달리 포스코건설이 제안한 설치 지역과 방식대로 운영 계획을 임의로 변경·결정한 게 재검토 요인으로 작용했다.


창원시는 2016년 11월 물환경보전법에 따라 2090억원을 들여 창원국가산업단지와 진해국가산업단지 7곳에 각각 완충저류시설을 설치하는 '분산형' 방식 계획을 세웠다. 이후 환경부 협의를 거쳐 정책을 이미 확정했다.


그런데 창원시 감사관이 확인해보니, 민선 7기 창원시정은 포스코건설 제안대로 3508억원을 들여 마산회원구 봉암동 1곳에 시설을 설치하는 '통합형' 방식을 임의로 결정했다. 창원시 감사관은 법령과 시 기존 정책 방향과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 “부지 위주로 평가해달라"…민간사업자 평가 공정성 훼손

창원시 감사관은 민선 7기 창원시정이 민간사업자 평가 과정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선정 결과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주관적 평가 요소를 최소화하고, 기술과 가격 평가 비중을 원칙적으로 5대5로 설정해 사업자를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창원시도 사업자 공모 당시 총사업비 산정과 자기자본 투입 계획 등이 포함된 사업참여 의향서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창원시는 가격을 배제한 채 설치 기준·부지 등 기술 위주로 평가항목을 설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탓에 3508억원의 사업비를 제출한 포스코건설이 약 2000억원을 제시한 다른 기업을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되는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창원시 간부 공무원이 민간사업자 평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창원시 관계자는 “심의위원회 간사인 A 과장이 심의위원들에게 가격 평가를 설명하지 않은 채 부지 위주로 평가를 해달라고 발언했다"고 제보했다.


◇ 부실한 적격성 조사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신청

창원시는 포스코건설을 사업자로 선정한 뒤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적격성 조사와 환경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신청을 하는 과정에 포스코건설의 제안서에 창원시가 한 적 없는 타당성 조사를 마치 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됐지만, 아무런 조치없이 후속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투자법은 제안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 내용 등을 포함해야 하고, 창원시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해 적격성 조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창원시는 포스코건설에 이 보고서 작성을 요청했고, 포스코건설이 만든 타당성 조사 내용 그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환경부 등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본지는 포스코건설에 수차례 전화로 취재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창원시 감사관은 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 환경정책과 등 관련 부서에 정책 오류 재발을 막기 위한 관련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관은 “창원시는 타당성 검토 절차 없이 이 사업이 추진된 만큼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창원시는 이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에 들어가 사업추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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