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 개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서울디딤돌소득' 2년차를 맞은 가운데 해당 정책이 성공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중간 점검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7일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열고 국내외 석학들과 서울디딤돌소득 현황을 살피며 이 같이 자평했다.
서울디딤돌소득은 일정 금액을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기준 중위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 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복지제도다.
시에 따르면 지원을 받은 가구의 2년간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중위소득이 85% 이상을 넘어 디딤돌소득을 더 받지 않아도 되는 탈(脫)수급 비율이 1년차 4.8% 대비 3.8%포인트(p) 상승한 8.6%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 또한 1차년도 21.8%에서 31.1%로 9.3%p 늘었다. 수급자격 박탈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한 결과로 시는 분석했다.
분석대상은 서울디딤돌소득 1단계(기준중위소득 50% 이하) 1523가구(지원가구 484가구, 비교집단 1039가구)와 2단계(기준중위소득 85% 이하) 3588가구(지원가구 1100가구, 비교집단 2488가구)다.
서울디딤돌소득은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어도 자격이 유지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소득이 줄더라도 자동으로 급여가 지급된다. 일할수록 가구소득이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어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오 시장은 “서울디딤돌소득은 소득 상승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됐다"며 “사각지대 없이 어려운 시민들을 보듬을 수 있으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디딤돌소득 2차년도 지원자 탈수급률은 132가구로 8.6%에 달했다. 이는 1차년도 23가구(4.8%)보다 3.8%p 증가한 수치다. 현행 제도 대비 높은 탈수급률을 보이고 있음이 다시금 확인되면서 디딤돌소득이 자립의 발판이 되고 있음이 입증됐다는 게 시의 해석이다.
지원받은 가구의 31.1%(476가구)는 근로소득이 늘어나는 성과도 냈다. 1차년도 21.8%(104가구) 대비 9.3%p 높아지면서 근로유인 효과가 약한 현행 제도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을 하지 않는 '비(非)근로가구'의 근로유인 효과도 관찰됐다. 일을 하지 않는 가구 중 디딤돌소득을 수령 후 근로를 시작한 비율은 비교가구 대비 3.6%p 높았다.
아울러 교육훈련비를 비교가구 대비 72.7% 더 지출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저축액도 비교가구보다 11.1% 높아졌다.
이날 포럼에서는 오 시장과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포드대학교 사회학 교수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소득보장제도의 가능성' 특별대담도 펼쳐졌다. 손혜림 서울시립대 교수가 좌장을 맞았다.
샹셀 소장은 “신자유주의가 주류로 떠오른 1980년대 이후로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부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심각한 상태"라며 “불평등 해소 대안으로 서울디딤돌소득을 꼽을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확산했을 때 그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오 시장은 “기존 현금성 지원제도를 서울디딤돌소득으로 통합·연계해 재원을 확보한다면 추가적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전체 사회보장제도를 정교하게 분석해 재구조화(안)을 마련하고 소요재원 조달방안을 검토하는 정합성연구를 별도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스키 교수는 “미국과 같이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회도 하나의 상품처럼 시장에서 거래돼 빈곤이 기회의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금을 지급하는 소득보장제도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한국도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기회의 차이가 커지면서 계급이 고착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서울디딤돌소득을 받은 많은 가구들이 지원금을 자녀교육에 활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