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구로 화학·물리학상 수상
딥러닝·단백질 구조 예측 공로
윤리적 논의 필요성도 강조돼
인공지능(AI)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연구자들이 2024년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가 되면서 전 세계 과학계와 인공지능 분야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화학상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겸 CEO와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연구 책임자,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 대학교 단백질 디자인 연구소 소장이 공동 수상했다.
이어 물리학상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컴퓨터 과학 교수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명예 교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화학상 수상자인 허사비스와 점퍼는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이 개발한 알파폴드(AlphaFold) 모델은 50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단 몇 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신약 개발, 질병 진단,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커 교수는 컴퓨터를 이용한 단백질 설계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물리학상을 수상한 힌 교수는 '딥러닝의 대부'로 불리며, 인공 신경망을 통한 기계학습 연구로 현대 인공지능의 기초를 다졌다. 그의 연구는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인공지능 응용 분야의 발전을 이끌었다. 홉필드 교수는 신경망 모델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의 이론적 기반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수상은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류의 근본적인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동시에 이번 수상은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촉발시키고 있다.
허사비스와 힌턴 등 수상자들은 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인사다.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해서는 장애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챗GPT를 내세워 막대한 자금을 모으고 있는 샘 알트먼 오픈AI CEO와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이다.
허사비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의 위험을 기후 변화와 같은 수준의 글로벌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국제적인 협력과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힌튼 교수 역시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와 그 영향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는 특히 인공지능의 오용과 악용 가능성, 예를 들어 자율살상무기나 대규모 감시 시스템으로의 활용 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2023년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며 구글의 석학 연구원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또 힌튼 교수의 애제자인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설립자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두고 대립하던 샘 알트먼을 퇴출시켰다가 투자자들의 반발로 10여일만에 실패하고 본인이 회사를 나오기도 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이번 노벨상의 의미는 최근 급속도로 개발 중인 AI가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윤리적, 법적, 사회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중요하다는 경고"라며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