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외장형 광학드라이브 판매 중단
스트리밍·클라우드 성장에 수요 급감 영향
ODD 시장 연 3.6% 축소…LG 점유율 60%
의료·법률·영화 컬렉터 등 일부 수요는 여전
애플이 지난 16년간 판매해온 외장형 광학 드라이브 '슈퍼드라이브'의 판매를 접은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슈퍼드라이브의 재고가 소진됐고, 전 세계적으로 품절 또는 구매 불가 상태로 표시돼 사실상 단종된 것으로 보인다. CD와 같은 광학드라이브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등장 슈퍼드라이브, 디지털 환경에 밀려나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애플의 전 세계 스토어에서는 광학드리이브의 슈퍼드라이브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재고가 남아있다지만 사실상 새로운 생산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슈퍼드라이브의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맥북 에어를 출시하면서 내장 광학 드라이브를 과감히 제거했다. 대신 별도의 외장형 광학 드라이브인 슈퍼드라이브를 함께 선보였다. 이후 2013년부터 애플은 모든 맥북 라인업에서 내장 광학 드라이브를 완전히 제거하면서 슈퍼드라이브를 계속해서 별도 판매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미디어 소비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애플의 전략에도 수정할 부분이 생겼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보편화, 그리고 고속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물리적 미디어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CD와 DVD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나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슈퍼드라이브는 기술적 한계도 드러냈다. USB-A 타입만 지원하고 USB 2.0 속도로만 작동하는 등 현대의 고속 데이터 전송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근의 맥북 모델들이 대부분 USB-C 포트만을 탑재하고 있어 슈퍼드라이브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한 점도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줬다.
슈퍼드라이브의 단종은 ODD(Optical Disc Drive) 시장 전체의 하락세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전 세계 ODD 시장 규모는 2023년 16억1330만 달러에서 2030년 12억7980만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3.6%로 시장이 축소되는 중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에 ODD 시장에서 철수했다.
애플 철수해도 ODD 틈새시장 존재
슈퍼드라이브의 단종은 애플의 제품 전략 변화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애플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 것도 빠르지만 구형 기술을 과감히 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가장 먼저 제거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CD/DVD 시대의 종말을 가장 먼저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빠른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전히 CD나 DVD로 저장된 중요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에게는 이번 결정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일부 전문 분야에서는 여전히 광학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터 보안과 장기 보관이 중요한 의료 및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는 여전히 ODD 사용이 필요하다. 일부 음악 애호가들과 영화 컬렉터들을 위한 작은 시장도 존재한다. 아직 서점 등에서는 CD나 DVD로 생산된 아티슽의 앨범 등이 판매 중이다.
이들을 위해 LG전자는 히타치와의 합작법인인 HLDS(Hitachi-LG Data Storage)를 통해 ODD 제품을 만들면서 전 세계 ODD 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CD나 DVD보다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데이터 저장 및 전송 방식이 대중화 된 상황이라 애플이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 행동의 변화, 그리고 기업의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