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이스라엘의 헤즈불라 수장 제거가 한국의 북핵 대처에 주는 시사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15 11:03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강국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급습을 받아 허를 찔려 분노에 휩싸인 이스라엘은 이를 만회하고 '저항의 축'의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라도 한 듯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가지지역 하마스에 공격을 퍼부었는데,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진지를 타격하고 심지어 바닷물까지 주입하여 지하터널을 무력화시켰다. 아울러, 공중 폭격을 요인들을 제거하더니 급기야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혁명수비대(IRGC) 영빈관에서 암살하여 대담성·은밀성·정확성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비군보다 예비군이 주력인 이스라엘은 장기전보다 단기전을 해야 하나. 1년 넘게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피로감이 누적되고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하마스 기습을 막지 못한 안보실패 책임, 개인적 부정부패 혐의로 인해 권좌에서 밀리면 정치생명이 끝나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장기적인 전쟁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심지어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것이 네타냐후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미국 대선 전까지는 휴전을 피하고 전쟁을 계속하려 한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저항의 축' 중에서 가장 강한 헤즈불라에 대한 전방적위적인 공격이 성과를 거두면서 네타냐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희석되고 있다. 삐삐사건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헤즈볼라가 보안문제를 우려하여 대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나눠준 삐삐 3000여 대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공작기관 모사드가 트로이 목마 공작을 벌여 삐삐 내부에 초소형 폭탄을 숨겨둔 뒤 특정 신호를 발신해 일제히 폭발시켰다. 이어서 헤즈볼라 대원들의 워키토키도 폭발했는데, 통신장애를 겪게 된 헤즈볼라는 다른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최고 지도부의 보안에 문제를 일으켰다. 헤즈볼라 수뇌부를 제거할 목적으로 참수작전에 들어간 이스라엘은 벙커 버스터를 이용한 공습으로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의 숨통까지 끊었다. 이 공습으로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도 함께 사망했다.



개혁파 페제시키안이 대통령이 되어 자제력을 발휘하던 이란은 하니예와 나스랄라, 자국 혁명수비대 지휘관의 죽음에 보복한다며 180여 발의 미사일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는데, 이스라엘은 강력한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정유시설이나 핵시설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지상군 작전을 투입하여 진지를 파괴하면서, 헤브불라 괴멸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평화유지군에서 부상자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유엔이 설정한 완충지대인 '블루라인'에서 유엔평화유지군이 철수하거나 최장 5㎞까지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중동전쟁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우리가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지하벙커도 헤즈불라 수장의 목숨을 구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나스랄라 제거를 위해 사용한 군사 장비와 정보 기술의 대부분을 한국도 보유·운용하고 있고, 공군은 JDAM 키트를 장착한 BLU-109 벙커버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국군의날 행사에는 '세계 최강 벙커 버스터'로 평가되는 천무-5 실물이 처음 공개되어 위용을 과시하였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김정은 김씨 왕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 핵이 없더라도 대처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핵개발이 어려운 한국으로서는 북한체제 붕괴를 위한 저강도 전략을 구사하면서 김정은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북한 레버리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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