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 기준 완화…불법주거 ‘생숙’ 11.2만실 구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16 15:52


국토부, 17개 시도 등과 범정부 지원 방안 발표

신규 생숙 숙박업 신고기준 이상으로만 분양

기존 생숙 숙박업 신고와 오피스텔 용도변경 모두 허용

복도 폭, 주차장 확보율 등 규제 '탄력 적용'해 오피스텔 전용 허가하기로

내년 9월까지 예비신청시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유예

.

▲생숙 수분양자 3000여명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위한 요건을 완화해 전국 11만2000실에 달하는 생숙을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말부터 이행강제금 부과가 예고됐음에도 여전히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될 수 있는 생숙이 11만실을 넘기자, 규제를 풀어 합법화를 유도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도 2025년 9월까지 추가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6일 보건복지부, 소방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생활형 숙박시설 합법 사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생숙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로 통상적으로 '레지던스'로 불린다. 외국인 관광객 장기체류 수요에 대응해 2012년 도입됐다. '주택'이 아니라 건축기준, 세제, 금융, 청약규제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주소지 이전이 불가능하고, 숙박시설용이라 복도 폭·주차가능대수 등 설계 기준이 달라 오피스텔로 전환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집값 상승기인 2017년부터 대체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부동산 시장에서 '주거용'으로 오용되면서 투기 수단화됐다는 것이다. 투자자들과 거주자들이 뒤섞인 수요자들은 싼 값에 청약통장도 없이 손쉽게 분양받았고 나중에서야 “거주가 가능한 줄 알았다"고 호소했다. 시공사, 시행사들도 분양시 “숙박시설업주로 등록한 뒤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등 시류에 편승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생숙 불법전용 방지대책'을 발표해 단속에 나섰다.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올해부터 매년 부과하기로 했다.


전국의 생숙은 18만8000실이며 사용 중인 곳이 12만8000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6만실이다. 이중 숙박업 신고를 한 6만5964실과 용도변경을 한 9979실 등 전체 생숙의 40.5%(7만5943실)는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숙박업 신고나 용도변경이 되지 않은 사용 중인 5만1649실과 공사 중인 6만29실 등 약 11만2000실이다. 이들은 올해 예정됐던 이행강제금 부과 또는 공사대금 납부에 앞서 주거용 오피스텔 전환 허가를 촉구하면서 '집단 민원'을 제기해 왔다. 특히 생숙의 경우 잔금 대출이 전체 금액의 40%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수분양자들이 자금 마련에 애를 먹으면서 시공사, 시행사들도 공사 비용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 부동산 시장의 '잠재적 부실 뇌관'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지원 방안은 이처럼 민원이 쏟아지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자 그동안 '시장에서 발생한 사적인 문제'라며 방관해 왔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 마련했다.


우선 국토부는 신규 생숙은 앞으로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만 분양하도록 연내 건축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기존 생숙에 대해선 숙박업 신고 또는 주거용으로의 용도 변경의 문턱을 낮춘다. 숙박업 신고의 경우 이번 주 중으로 복지부에서 조례개정 예시안을 시·도에 배포해 조례개정을 독려할 예정이다. 특히 복도폭, 주차장 설치 기준 등 용도 변경 규정을 완화해 오피스텔 등 주거용으로의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생숙은 설계 기준상 복도폭이 1.5m 이상인데,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은 1.8m 이상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 전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에 한해 피난·방화설비 등을 보강해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성능을 인정받을 경우 복도폭이 1.8m 이하더라도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이 허용된다.


주차장 기준도 완화한다. 생숙은 시설면적 200㎡당 주차 1대로 오피스텔과 아파트(85㎡당 1대)보다 적다. 정부는 내부 주차 공간 확장이 어려울 경우 인근 외부 주차장 설치 또는 지자체에 상승 비용 납부,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한 주차 기준 완화 등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지자체가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으로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한 지역은 기부채납 방식 등을 통해 오피스텔 입지가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 검토한다.


이를 위해 생숙 전환시 전용 출입구 설치 면제 등 오피스텔 건축 기준도 일부 완화한다. 각 지자체는 용도변경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용도변경 신청자들에게 적정 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각 지자체는 오는 11월 말까지 미신고 생숙 물량 규모에 따라 국토부가 배포한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생숙 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지정해야 한다.


아울러 내년 9월까지 숙박업 신고 예비신청 또는 용도변경을 신청한 소유자에 대해서는 오는 2027년 연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절차 개시를 유예할 예정이다.



김다니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