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견인 제도’ 4년간 80억원 투입···전용주차구역 확보 등 노력
‘시민 의식 개선’ 필요···“신속하게 관리대책 마련해야”
친환경 개인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PM)로 각광받던 전동킥보드가 화재 및 안전사고, 길거리 방치 등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골칫덩어리가 됐다. 수많은 민원이 접수되는 것은 물론 수십억원의 행정 비용까지 들어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정부와 법원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 한국소비자원, 국립소방연구원 등 3개 기관은 전동킥보드 화재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달 '소비자 안전 주의보'를 발령했다.
전동킥보드 화재는 2021년 85건에서 2022년 142건, 지난해 114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배터리 과충전이나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에 있는 4층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일어난 화재 원인도 전동킥보드 발화로 추정된다.
사용자들의 불법 주차·방치·인도 질주 등 무분별한 이용에 따른 시민들 불편도 극심하다.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회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 PM 관련 민원은 2021년 3만1353건에서 지난해 14만1347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11만1211건 접수돼 4년간 누적 38만여건이나 된다.
사고 역시 크게 늘었다. 2019년 134건에서 2020년 387건, 2021년 445건, 2022년 406건, 지난해 500건으로 4년새 약 3.7배 뛰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 PM 관련 사고는 지난해에만 2389건이 발생해 24명이 숨졌다.
음주운전도 잦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술에 취해 PM을 운전한 혐의로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작년에만 3843건 발생했다. 2019년(46건)과 비교해 84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전동킥보드 업체 영업 범위가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이용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 업계 선두 기업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전동킥보드 이용객은 전분기 대비 68% 늘었다.
지자체들도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긴 하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PM 안전관리 서포터즈'를 채용해 자치구에 배치하고 있다. 근무인원은 작년 기준 총 7개 자치구 57명이다. 전용주차구역도 191개 이상 확보했다. 경기도 고양시도 경찰과 함께 무면허 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등을 단속하고 있다. 대여업체의 운전면허 인증 의무화, 공원 및 아파트단지 내 운행금지 구역 설정 등 조치도 취했다. 부산 6개 자치구도 견인제를 실시하고 있다.경남 창원시, 전북 전주시 등은 지난달 카카오톡에 '공유 전동 킥보드 방치 신고'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
결국 세금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불법 주차된 PM 처리를 위해 2021년 7월부터 견인 제도를 운영하면서 올해 8월까지 79억5144만원을 투입됐다. 대여업체에 쳥구해 대부분을 돌려받긴 하지만, 일부는 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유예 시간 없이 즉시 견인할 경우 견인료를 돌려줘야 해 3952만원을 반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PM 이용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해 정부 또는 국회가 일정 수준 규제안을 내놔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전동킥보드를 '원동기 자전거'로 편입하며 산업적으로 성장 기회를 빼앗은 만큼 오히려 시장 양성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정반대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