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2024년 제22회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결승전이 17일 미사리 경정장에서 개최됐다.
한국 경정 아버지라 불리며 1~3기 선수를 미사리경정장에서 직접 지도했던 일본의 특급 경정선수 '쿠리하라 코이치로'를 기념하는 대회이니만큼 출전했던 선수 모두 우승에 대한 의지가 상당했다.
전날 열린 예선전은 대부분 예상대로 흘러갔다. 첫 번째 예선전이던 16일 14경주에서 1번과 2번을 배정받고 출전한 '경정 황제' 심상철과 떠오르는 여성 강자 김지현이 각각 인빠지기와 붙어돌기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펼쳐진 15경주에서도 1번 김민천이 출발부터 앞서가며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김민준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를 통해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결승전에선 한국 경정을 대표하는 최강자 6명이 결승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선 올해 4월 스포츠월드배 우승과 6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왕중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예전 기세를 확실하게 되찾은 심상철이 1번을 배정받았다. 2번은 이사장배 왕중왕전에서 심상철을 꺾고 13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김민천이 배정됐다.
여기에 지난 5월 메이퀸 특별경정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현재 여성 최강자로 꼽히는 김지현이 3번, 작년 그랑프리 우승자인 김민준이 4번, 노장 1기 정민수가 5번, 작년 쿠리하라배 준우승을 차지한 조성인이 6번을 배정받았다.
경기 시작 전 인기순위는 어김없이 각각 1, 2, 3번을 배정받은 심상철, 김민천, 김지현 순이고, 정민수는 6명 선수 중 5위였다.
하지만 대망의 쿠리하라배 결승전이 열리자마자 결과는 초반부터 완전히 달랐다. 정민수는 19번 모터의 강력한 성능에 힘입어 가장 빠른 출발로 승부수를 띄우며 1번 심상철의 빈틈을 파고드는 휘감아 찌르기로 선두를 꿰찼고, 그 기세를 이어받아 단 한 번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발이 꽤 좋았던 심상철도 맹렬하게 정민수를 추격했지만 초반부터 많은 격차를 보이며 준우승에 그쳐야만 했다. 3위는 마지막 선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4번 김민준이 차지했다. 반면 2번 김민천과 3번 김지현은 출발부터 밋밋하며 입상권에서 밀려나고야 말았다.
정민수에게 이번 우승은 감회가 참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사장배 왕중왕전 우승 이후 무려 9년 만에 큰 대회 우승이고, 2002부터 23년간 선수생활을 이어오고 있지만 쿠리하라배 특별경정과 인연은 지독하게도 없었다.
백전노장 정민수 우승은 1기 자존심을 세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2019년 그랑프리에서 이태희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좀처럼 큰 대회에서 1기 선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번 우승을 통해 아직 1기 건재함을 보여줬다.
결승전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정민수는 “고객의 많은 성원이 있어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며 “스승이던 쿠리하라 선생님이 오신 대회에서 직접 악수하며 상을 받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쿠리하라 코이치로씨는 매년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이 열릴 때마다 한국을 찾아왔지만 몇해 전부터 건강상 관계로 시상식에 직접 찾아오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승을 차지한 정민수를 비롯해 결승전에 출전한 6명의 선수를 위해 순금 메달을 보내와 선수들을 격려하고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