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숙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이번주 시행…초기 혼란 우려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21 17:26

추진 15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 목전
병원급 참여 저조해 여전히 ‘반쪽 시행’ 지적

EMR 업체 달랬지만 ‘미온적 참여 병원’ 여전
추가서류 제출·소비자 인지 등 초기 혼란 예상

보험업계가 15년 동안 추진해 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이번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가 시행된다.

보험업계가 15년 동안 추진해 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이번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만 저조한 병원급 참여와 소비자 인지도 부족, 보완기간 필요성 등으로 인해 제도의 안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가 시행된다.


소비자가 요청 시 병·의원, 약국 등에서 보험사로 보험 청구 서류를 전자적으로 전송해 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10월 보험업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병상 30개 이상 병원과 보건소는 오는 25일부터, 의원과 약국은 내년 10월 25일부터 시행하도록 결정한 뒤 업계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이다.



시행 후부터는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진료 영수증이나 진단서 등 서류를 직접 발급하지 않고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실손24' 포털과 앱을 통해 '원스톱'으로 서류 전송 요청과 보험금 청구 진행이 가능해진다.


실손24 앱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회원가입, 로그인을 진행하면 △'실손청구' 선택 △사고유형 및 최초진료일자 입력 △병원 검색 및 진료내역 선택 △청구정보 입력 △보험금 지급계좌 선택 등의 절차를 통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된다. 어린 자녀나 고령층이 이용자라면 대리 청구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실손보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 영수증을 비롯한 각종 서류를 발급받은 뒤 팩스나 온라인으로 보험사에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번거로움으로 인해 청구할 비용이 높지 않은 경우 아예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점이 업계 내에서도 꾸준히 지적돼왔다.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실손가입자가 청구하지 않은 보험금은 지난해 3211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시행 직후 당장 모든 병원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급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추산된 자료(8일 기준)에 따라 병원급(병상 수 30개 이상~100개 미만)참여율은 총 3857곳 중 40.4%(1559곳)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병원 참여도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인 상급종합병원(100%)이나 종합병원(76.1%)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




앞서 시스템을 개발해 병원에 설치하는 역할의 EMR(전자의무기록) 업체와 보험사 간의 개발비용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지만 양측 협의가 이달 들어 급물살을 타면서 일단락됐고, 현재는 병원 참여 결정 단계에서 부진한 상황이다.


참여 결정에 미온적인 병원들이 당장 참여를 결정한다고 해도 최소 한달 여 시간이 걸리는 전산 시스템 구축 최소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시스템 연계 완료 시기는 내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업계를 둘러싸고 최근까지 '반쪽 시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여전히 민간병원 참여율이 매우 낮다"며 “냉정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금융당국을 지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부족한 상태로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병원·보험사·전자의무기록(EMR) 업체와 협의를 마쳤고 방안을 마련한 상태"라며 “연말에 참여 병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의 경우 서류를 떼야하는 불편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구 서비스 이전 제출건은 서류를 떼야 하며 입원비를 청구하는 경우, 처방전이 없는 통원비를 청구할 경우에는 진단서 등 추가적인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약을 처방받았을 때는 약제비 영수증을 사진으로 촬영해 별도로 전송해야하는 번거로움도 남아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내년 10월 25일부터 사진첨부 없이 자동 청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사용법과 '실손24' 앱에 대한 인지 과정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안착까지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보완 기간도 다소 소요될 수 있어 서비스 출범 초기 소비자들간 각종 혼란 발생이 예상된다.


업계는 우선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참여 병원부터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개발원은 “올해안에 전체 실손보험금 청구 건수 중 약 78.2%는 간소화 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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