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전출 강요 파장에 KT 조직개편 난관 지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01 18:30

직원 설명회서 자회사 전출 압박 정황 포착

내부 고용불안 증폭…연말까지 이어질 전망

상쇄 작업 중요…“리더십 증명 방법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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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KT 사옥 전경.

대규모 조직개편을 진행 중인 KT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자회사 전출 신청 기한을 1주일가량 연장한 가운데 직원들의 전출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업계에선 이번 조직개편에 대한 내부 동요가 올해 안에 수습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영섭 대표의 리더십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3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내년 설립 예정인 △KT OSP △KT P&M(이상 가칭) 등 자회사 2곳에 대한 전출 신청 마감일을 이달 28일에서 다음달 4일로 연장했다. 이와 함께 주요 경영진들이 권역별로 자회사 전출 대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잔류를 희망해 전출이나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희망퇴직 마감일까지 추가로 전적 전출을 희망할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란 설명이다. 희망퇴직을 고려하고 있는 직원들이 자회사 전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기에 이를 고려한 것이란 취지다. KT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신설법인 전출, 본사 근무, 희망퇴직이라는 선택권을 직원들에게 부여한 것"이라며 “지속적인 문제 제기는 직원 개개인의 합리적인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신청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이 2~3일에 걸쳐 설명회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내부 상황이 상당히 긴박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며 “일각에선 김영섭 대표가 2차 전출 신청률이 저조해 불편함을 표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전출을 강요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안창용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은 지난 29일 KT 분당사옥에서 진행된 전출 대상 직원 설명회 중 “잔류하게 되면 모멸감과 자괴감에 힘들어질 수 있다"며 “스트레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에 남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힘든 업무를 맡기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음을 내포한 것이란 분석이다. 해당 내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됨에 따라 전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본사에 잔류할 경우 외곽지역으로 순환근무를 하게 되고, 상품 판매 목표치가 크기 때문에 힘들 것이란 내용을 전달받은 직원들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출처가 알려지지 않은 △토탈 영업직무 수행 계획 △외곽지역 리스트 △잔류 인력 관리방안 등 문서를 근거로 직원들을 회유·압박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오전엔 자회사 전출 시 특별승진을 시켜주겠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KT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은 “처우에 대한 협의가 신중하고 심도 있게 이뤄졌다면 직원들의 거부감이 이렇게 크진 않았을 것"이라며 “수십 년 동안 나름대로 애사심을 갖고 근무해 왔는데 자회사 전출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점에 허망함을 표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회사 안팎에서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옴에 따라 내부 동요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조직개편이 인력 운용 및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일각에선 제기되지만,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않을 경우 리더십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관건은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과 본업인 통신 사업과의 균형을 지키는 게 될 전망이다. 자회사 전출 및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이 대부분 네트워크 부문 인력이라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 관계자는 “조직개편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현재로썬 내부 직원들의 불안감을 상쇄시키고, 사업 전략을 정비하는 작업이 대표 리더십을 증명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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