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단 적층 기술로 AI 시장 선도
내년 초 고객사 샘플 공급 예정
12단 대비 추론성능 32% 향상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제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또 한번 세계 최초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차세대 AI 메모리의 새로운 여정, 하드웨어를 넘어 일상으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통해 48GB 용량의 16단 HBM3E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현존하는 HBM 중 최대 용량이자 최고 단수로, 기존 12단 36GB 제품을 뛰어넘는 성과다.
SK하이닉스는 16단 HBM3E 생산을 위해 12단 제품에서 이미 양산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 공정은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방식이다. 기존 필름형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백업 공정으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16단 HBM3E는 12단 제품과 비교해 AI 학습 분야에서 18%, 추론 분야에서 32%의 성능 향상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내년 초 주요 고객사에 샘플로 공급할 예정이다.
곽 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메모리의 개념이 '개인적 메모리'에서 '연결된 메모리'를 거쳐 '창의적 메모리'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과 파트너,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하겠다"며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에 로직 공정을 도입하고,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AI 시스템 최적화를 위한 다양한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PC와 데이터센터용 저전력 고성능 LPCAMM2 모듈, PCIe 6세대 SSD, 고용량 QLC 기반 eSSD, UFS 5.0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여러 메모리를 연결해 대용량을 구현하는 CXL 기술과 초고용량 QLC eSSD 개발에 주력해 고객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작은 공간에서 저전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메모리 병목현상 극복을 위해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더하는 PIM(Processing in Memory)과 컴퓨테이셔널 스토리지 등 차세대 기술도 준비 중이다. 회사 측은 이러한 기술들이 초거대 데이터를 다루게 될 미래의 필수 기술이 될 것이며, 차세대 AI 시스템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SK그룹 최고경영진을 비롯해 주요 빅테크, AI 업계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