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 자회사 SK어드밴스드, 업황악화 및 요금 인상에 이같은 결정
산업용 전기 kWh당 182원보다 전력시장 직접구매가 더 저렴한 상황
SK측 “SMP 급등리스크 감안하고 내린 결정"
업계 “산업용만 올린 부작용 나타날 것...전력시장 변화 신호탄 될 듯"
기업이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하지 않고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첫 사례가 추진되고 있어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성이 확인되면 다른 기업들도 따라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자 한전이 아닌 전력시장에서 직접구매하는 게 더 저렴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SK가스의 석유화학사업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는 최근 전력거래소에 한전의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시장에서 직접전력을 구매하겠다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절차가 마무리되고 승인이 나면 내년부터 1년의 계약기간 동안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력을 구매하게 된다. 이후에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시 한전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 규정은 2004년부터 마련됐지만 그동안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해 이 제도를 활용한 사업자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올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자 비용검토 끝에 이같은 결정을 한 첫 사례가 나온 것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로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만 인상했다. 현재 kWh당 182원이 되면서 3년 사이 70% 가량 급등했다. 이에 비해 기업이 전력시장에서 직접구매하는 요금은 전력도매가인 SMP에 망이용료와 보조서비스 비용과 수수료 등을 더해도 kWh당 수십원이 저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전기사업법 상 전력수요자는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하거나 자가발전, 혹은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르면 전력을 전력거래소에서 직접구매하기 위해서는 전력거래소에 신청하면 된다. 전력거래소는 신청이 있는 경우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승인할 수 있다.
현행법상 전력시장의 전력구매자는 판매사업자(한전), 구역전기사업자, 직접구매자가 있다. 직접구매자는 판매사업자인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산업용 전기요금 182원은 전력시장에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며 "유럽 선진국들의 제조업이 쇠퇴한 이유는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산업용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이다. 국내 산업체도 kWh당 180원이 이상을 주고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자가발전으로 LNG를 직도입해 전기를 생산하면 100원 정도밖에 안한다. 에스오일 고려아연 등은 이미 자가발전을 도입해서 하고 있다“며 "한전이 산업용 전기만 계속 인상하면 자가발전 비중이 늘거나 앞으로 수도권이나 산업단지에서 LNG발전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전력당국이 SK 측의 요청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한전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은 모든 요건을 갖춘 만큼 승인을 자신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30만KW 이상 전력 구매자는 구매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나쁜데다 전기요금까지 올라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 SMP가 급등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SK어드밴스드는 2014년 SK가스의 PDH(Propane Dehydrogenation)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되면서 신설됐다. PDH는 LPG 가스를 원료로 프로필렌을 생산한다. 작년 말 기준 SK가스가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사우디 AGIC(Advanced Global Investment Company)가 30%를, 쿠웨이트 PIC(Petrochemical Industries Company K.S.C)가 25%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프로필렌 계열의 비우호적인 수급환경이 지속하면서 SK어드밴스드는 2022년(-1290억 원), 2023년(-825억 원) 2년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방 수요 약화, 중국의 대규모 PDH 설비 증설로 인해 수급환경이 크게 악화했다.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프로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부담이 크게 확대했고, 2023년에는 원료 가격 하락에도 불구, 글로벌 경기 침체, 역내 공급과잉 심화 등으로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차입부담도 빠르게 확대 중이다. SK어드밴스드의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19.3%에서 2022년 33.4%, 2023년 46.6%로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감안했을 때 2024년에도 영업창출현금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확대된 재무부담이 단기간 내에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여기에 국내 전기요금 인상은 대형 악재일 수밖에 없다. SK어드밴스드와 비슷한 선택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