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를 가다②] 쇠락한 ‘원조 핫플’ 신촌…철도지하화로 부활 노린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09 10:00


[철로를 가다②] 경의중앙선 신촌역편.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내 주요 철도 지하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성공할 경우 거주민들 삶의 질이 개선되고 도시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상부 공간 개발과 함께 단절된 도시가 이어지고 소외된 곳들이 개발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철도 지하화 주요 거점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반응과 실태, 예상되는 개발 효과와 풀어야할 숙제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철로소음·교통체증 해결 기대…상권 부활 및 집값 상승 기대감

“긍정적이지만 사업 방대해 진행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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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 신촌역 전경. 김다니엘 기자

“경의중앙선 신촌역과 철로가 지하로 들어가고 공원이 된다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경의선숲길 공원(연트럴파크) 때문에 홍대 앞에 빼앗긴 '핫플레이스'의 명성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앞에서 만난 한 상인의 말이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경원선 등 지상철도 전체 구간 지하화 계획에 대해 신촌역 일대 주민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상인의 설명은 이랬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들이 몰려 있는 신촌 일대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젊음의 성지'였다. 연세대 앞쪽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일대는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 1순위였다. 이화여대 앞 거리는 한국의 패션과 뷰티를 선도했다. 하지만 2015년 '라이벌' 홍대 앞의 경의선 철로가 폐쇄되고 '연트럴파크'가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철도로 인한 소음·진동이 사라지고 단절된 도로가 연결되고 걷기 편한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됐다. 단숨에 젊은이들의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떠올랐다. 당연히 최고의 '핫플' 지위는 홍대 앞으로 넘어갔다. 결국 신촌 일대 상권은 과거의 명성을 잃은 채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신촌역 일대 상권은 과거의 영광이 완전히 지워진 채 쇠락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들이 다수 보였고, 공실인 상가를 찾기도 어렵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신촌역 상권의 3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4%나 된다. 서울 전체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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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 신촌역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 전경. 김다니엘 기자

이런 상황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과 철로가 지하화된다는 소식이 들려 오자 인근 주민들은 반색하고 있었다. 신촌역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경의중앙선 철로와 역사는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 질러 연세대와 이화여대쪽 안산 일대와 서강대쪽 노고산 일대의 '분단'시켜왔다"면서 “지역 환경 개선은 물론 연트럴파크처럼 유동인구가 늘어나 지역 상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촌역을 이용하는 대학생들도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연세대, 이화여대 학생들은 그동안 지상철도 역사 특성상 탑승을 위해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학교를 오가기 위해 철로 밑 굴다리를 지나가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신촌역에서 만난 대학생 B씨는 “등교가 한층 편해질 것 같기는 하다"며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음이나 진동이 심하다. 매번 계단을 통해 역에 올라가거나 밤마다 굴다리 지나가는 것도 고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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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 신촌역 지상철도 전경. 김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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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은 신촌역 상권의 가게들. 김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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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 신촌역 맞은편 오피스텔 상권 전경. 김다니엘 기자

신촌역 앞쪽에는 오피스텔 상권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열차 소음 및 교통체증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철로 지하화로 인해 지상부가 공원화되고 역사가 업무·문화·상업 시설로의 복합개발이 이뤄진다면 보행환경 및 교통체증 개선으로 인해 역으로의 이동 동선이 편리해지고 주거 환경이 향상된다. 결국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집값이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청년층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증가해 신촌역 상권이 확장돼 상업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촌역 앞에 위치한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신촌역 오피스텔 상권은 서울 대학가 중 월세가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끊이지 않는 지역"며 “현재도 높은 몸값을 자랑하지만, 철도화가 완료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신촌역 오피스텔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권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공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하화 사업 이후 공원이 조성되고 상권이 재개발된다면 제2의 '연트럴파크'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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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앞 상권 전경. 김다니엘 기자

인근 주민들 또한 지하화 사업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의중앙선 신촌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C씨는 “역사 바로 앞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지하철로 인한 소음에 시달려 왔다"며 “확실히 대학가 상권이 있는 곳이라 교통체증이 심한 편이라 지하화 사업이 완료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공원 및 새로운 상권이 생기면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며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물은 많이 남아 있다. 워낙 큰 공사로 대규모 재원 투입과 장시간 고난도의 공사가 불가피하다. 공사 과정에서의 소음, 진동, 교통 체증 등 불편도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철도지하화 특별법을 보면 이 사업은 개발수익 및 민간자본으로만 진행하게 돼있다. 즉 지자체 및 정부 국비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기존 철도 운행 기능은 유지하면서 지하화 공사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도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완료된다면 신촌이 다시 한 번 서울의 핵심 지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고 집값 상승 및 상권 부활도 가능할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에 드라마틱한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사업이 광대해 여러 사업자가 구간을 나눠 진행한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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