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상승 중이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며 파리 협정에서 제시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C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속도는 느려지게 됐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파리협정 탈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해체, 환경보호청(EPA) 권한 축소, 천연자원 및 화석연료 채굴 가속화 등을 약속했다. 컨설팅 기업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미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고, 기후 에너지 정책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2030년까지 대기 중으로 40억 톤의 탄소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 이미 정치 및 경제 지도자들이 대거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관심 저조로 인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도했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기후 세계는 피하고 싶었던 현실을 맞닥뜨렸다. 트럼프가 돌아왔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국제사회가 미국 없는 기후 대응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Our World in Data(OWID)에 따르면 매년 탄소 배출량이 증가 추세에 있는 중국과 달리 2005년 61억 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51억 톤으로 감소 추세이기는 하나, 1792년 이후 2022년까지 누적 탄소 배출량 4,269억 톤으로 세계 1위(중국은 같은 기간 미국의 61% 수준인 2,606억 톤)이며, 2022년 한 해 탄소 배출량은 51억 톤으로 세계 2위(1위는 중국으로 114억 톤)다. 반면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2023년 세계 평균 14.6%보다 낮은 11.7%이고,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도 세계 평균 30.2%보다 낮은 22.7%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3,870GW인데 그 중 미국은 약 10%인 388GW(중국은 37.5%인 1,453GW)다. 전 세계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에서 중국은 2000년 10.1%에서 2023년 37.5%로 증가하고 있으나 미국은 2000년 12.2%에서 2023년 10.0%로 감소했다. 2023년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전 세계 1,419GW 중 약 9.7%인 138GW(중국은 42.9%인 609GW)이며, 누적 풍력 발전설비 용량은 전 세계 1,017GW 중 약 14.6%인 148GW(중국은 31.2%인 442GW)다.
트럼프 재집권이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IRA의 혜택을 공화당 지역구가 가장 많이 누리고 있으며 공화당 의원 18명이 IRA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향후 10년 청정에너지와 관련된 기업에 1조 달러 규모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경에도 재생에너지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enewable Standard Portfolio, RPS)를 2003년부터 시작했는데 참여하는 주는 늘어나고 의무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23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발전 점유율이 30%가 넘는 주가 아이오와(Iowa) 60.4%를 포함해 12개나 되고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도 2023년 27.8%에서 2024년(7월까지) 32.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용 데이터센터, RE100 등 재생에너지 수요는 많아지고 전력시장이 민영화되어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재생에너지가 우선 적용되는 구조다.
트럼프는 특유의 감성적인 수사법과 슬로건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대부분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세계는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와는 다른 상황에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이 트럼프가 줄기차게 외친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할 예정이며, 영국은 11월 발표된 'Clean Power 2030'을 통해 2030까지 풍력을 두 배, 태양광을 세 배 확대하기로 하였다. 중국은 2030년까지 1,200GW의 태양광과 풍력을 추가하려는 국가 목표를 무려 6년 앞당겨 2024년 달성한 후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도는 2030, 500GW, 2032, 600GW의 재생에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고는 등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례 없는 재생에너지의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속도는 줄일 수 있어도 멈출 수는 없으며,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