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대형마트·전통시장 배추 가격 하락세
배추 포기당 3천원대…작년 대비 30% 비싼 수준
김장물가 부담에 ‘김포족’ 증가 포장김치 수요 급증
편의점·호텔 포장김치 매출 늘어…식품업계도 분주
올 여름 기록적 폭염에 폭등세를 보인 배추 가격이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김장철과 비교해 30% 가량 상승해 소비자는 여전히 김장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갈수록 김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식품사의 포장김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 3사의 배추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날 11일 기준 정부 할인(농림축산식품부 20% 할인)을 적용한 대형마트 배추 포기당 평균 가격은 3092원이었다. 이 가운데 이마트가 1994원으로 가장 저렴했으며, 홈플러스(3796원)와 롯데마트(3488원)는 3000원대를 기록했다.
작년 김장철 대비 30% 가량 가격 비싸…이마트 포기당 1994원 최저
같은 날 서울지역 전통시장을 둘러본 결과 포기당 배추 가격이 최저 3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 11일 기준 대림시장·연서시장 등 서울 은평구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김장용 배추 가격은 크기·품질에 따라 포기당 가격이 3000원에서 7000원 중반대로 천차만별이었지만, 시장 상인들 사이에선 최근 배추 시세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연서시장에서 만난 한 채소상인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 포기에 8000~9000원 했는데 물량이 좀 들어오니까 가격을 내렸다"면서 “호가(판매자나 사는 사람이 부르는 물건의 값)로 비싸게 파는 상인을 제외하면 현재 상황에서 배추값이 더 오를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3000원대 배추는 폭염으로 포기당 배추 가격이 9000원대까지 치솟았던 9월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배추 포기당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9월 27일 9963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약세로 돌아서 11일 기준 3877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2023년 11월 11일) 배추 가격 2764원과 비교하면 30% 가량 오른 금액이다. 배추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여전히 김장 물가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배추를 중심으로 한 김장 비용 상승은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김장을 포기하는 대신 식품사가 만든 포장김치를 사먹는 '김포족'이 늘어나면서 포장김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가 지난해 발표한 '김치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2022년 기준)'에 따르면, 김치 조달 방법 중 포장김치를 구입하는 가구 비중은 2017년 10.5%에서 2022년 30.6%로 최근 5년 사이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김치제품 판매 매년 증가세…호텔 셰프김치도 큰 인기
이에 따라, 집앞 편의점에서 포장김치를 찾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 CU가 매년 진행한 '김장김치 기획전' 매출의 전년 대비 성장세는 2020년 60.6%, 2021년 83.7%, 2022년 113.5%, 2023년 46.6%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GS25에선 김장철을 앞둔 이달 1~10일 열흘간 포장김치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포족의 소비력과 입맛에 따라 포장김치 구매도 차별화되고 있다. 일반 식품사 포장김치 제품 못지 않게 특급호텔이 유명 셰프를 내세운 프리미엄 김치도 인기몰이하고 있다.
1989년 업계 최초로 김치연구소를 설립한 워커힐 호텔은 올해 1~10월 김치 매출이 전년 대비 45.7% 증가했다. 조선호텔은 지난달 김치 매출이 전년 대비 10% 늘었다.
이처럼 김장철을 앞두고 포장김치 수요가 증가하면서 식품업계는 더욱 분주해졌다. 국내 김치 제조사 한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여름·겨울 포장김치 성수기 때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해 미리 산지에서 확보한 계약 물량에 비축해둔 일부 물량까지 보태고 있지만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제공하는 김치 공급량도 맞추기 어려워서 온라인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