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브래들리 효과와 해리스의 패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13 11:02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4년 미 대선 결과는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선거결과는 너무 싱겁게 트럼프 시대의 재개막을 알리면서 금세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민주당 전당 대회 이후 해리스가 크게 앞서다가 선거 막바지에는 7개의 경합주에서 트럼프와 동률을 기록했지만 전국적으로는 트럼프가 판세를 다시 뒤집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느닷없이 해리스가 뒷심을 발휘하여 재역전에 성공했고 심지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선거 직전에 해리스가 두 자리 숫자의 득표율 간격으로 트럼프를 이긴다는 예측까지 내보냈다. 경합주에서 박빙의 여론조사 결과가 오래 이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개표과정이 길어지고 법적인 소송까지 고려하면 최종 선거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씩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사후적으로 해리스의 참패 원인에 대하여 해설이 분분하다. 미국 경제가 나빴다, 민주당 이민정책에 대한 심판이다, 해리스의 상품성이 높지 않았다, 해리스가 바이든과 차별화에 실패했다, 역시 샤이 트럼프가 많았다, 백인 노동자가 집결했다, 유색 인종이 해리스 지지에서 이탈했다, 민주당의 전략 실패다 등등등. 이러한 진단은 선거실패 자체에 대한 원인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상당 시간 동안 해리스의 지지율이 전국적으로도 트럼프와 큰 차이가 없었고 특히 7개의 경합주에서 거의 동률 또는 오차범위 안으로 유지되었던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는데 도움이 못 된다.


2024년 대선과 같이 여론조사와 선거결과의 차이가 컸던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선을 함께 비교하면 두 개의 가설이 설득력 있다. 첫째, 미국에서는 아직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에 대하여 주저하거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가설이다. 힐러리도 유리 천장을 깨지 못했고 해리스도 마찬가지다. 특히 선거 막바지 오바마는 해리스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유세를 다니면서 주로 흑인 남성을 꾸짖는 연설을 해서 주목을 끌었다. 오바마는 흑인 남성들에게 해리스가 여성이라고 투표를 안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이번에 흑인과 라티노의 해리스 지지율은 과거 대선 다른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보다 줄어들었다.



둘째,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여성이자 유색인종인 해리스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답 차원에서 그렇다고 말한 유권자가 더러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유명한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흑인인 브래들리 후보의 지지율이 상대 백인 후보보다 상당히 높게 나왔다. 그러나 막상 선거에서는 백인인 공화당 듀크미지언이 이겼다. 이번에 해리스 측은 여론조사의 높은 지지율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당선 확정 소식은 전 세계 언론매체에서 크게 우려했던 부정선거 시비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선거 직전에 트럼프는 선거승리의 사활이 걸린 경합주 가운데 펜실베니아에서 이미 부정선거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트럼프 측은 2024년 선거 전에 선거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건수가 무려 2020년 선거 때의 3배를 넘었다. 또 선거 당일에는 전국적으로 부정선거 사례를 모으는 자원봉사자를 투표소마다 대거 배치했다. 트럼프가 이겼던 2016년 대선 때도 부정선거 논란이 없었는데 2024년에도 신기하게 부정선거 시비가 자취를 일거에 감추었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 패배하자 대법원까지 부정선거를 심판해달라고 소송을 걸었고 2021년 1월 6일에는 부정선거를 선언하고 의사당을 점거하도록 선동했던 것과 천지 차이다.




이렇게 부정선거 주장이 사라진 현상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배경에는 사전투표가 여전히 많이 이루어졌다는 통계가 있다. 2020년 대선에는 전체 투표자의 70%인 약 1억 1백만 명이 사전투표를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우편투표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2024년 대선에는 약 8천만 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공화당도 한국의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그랬듯이 사전투표를 많이 독려했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사전투표가 활발해져도 부정선거 시비가 사라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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