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울행정법원 공사 중지 명령에 즉각 항고
오세훈 시장 “공익성 충분, 시민 위해 건설해야" 역설
“아니 '봉이 김선달' 같은 남산케이블카 때문에 서울시가 공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남산 곤돌라 공사가 중단된다는 게 말이 되냐?"
서울 남산 일대가 때아닌 '봉이 김선달' 논란에 휩싸였다. 봉이 김선달은 조선 말 평양에서 대동강 물을 자기 것처럼 속여 팔았다는 희대의 사기꾼이다. 평양도 아닌 서울 남산 일대에서 갑자기 등장한 '봉이 김선달' 논란은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발단은 서울시가 지난 9월 남산 예장공원 일대와 정상부를 잇는 곤돌라를 착공하면서 시작됐다. 이미 남산에는 1962년부터 63년째 한국삭도기업이라는 민간 업체에 의해 명동 일대~남산타워 인근을 운행하는 48인승 '남산케이블카'가 운행 중이었다.
문제는 남산케이블카가 공공재인 남산 공원에서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하면서 부가가치세와 국유지 사용료를 제외하면 아무런 공공기여없이 막대한 이득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봉이 김선달이 주인이 없는 대동강물의 소유권을 주장해 막대한 돈을 챙긴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남산케이블카를 운행하는 한국삭도기업은 당시 국내 최대 기업 중 하나였던 대한제분 사장을 지낸 고(故) 한석진 씨가 설립했다. 한씨는 5·16 군사쿠데타 직후인 1961년 8월 당시 교통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삭도(케이블카) 면허를 받았다. 당시엔 현재처럼 면허 시한이 정해져 있거나 공공재 사용에 따른 기부채납 규정이 없었다. 따라서 이 기업은 한씨 등 소수 인사들이 '무기한'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수십억원의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 195억3718만원, 영업이익은 64억7441만원이다. 실제 이날 찾아 본 남산케이블카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벼 운영 주체 측의 '고수익'을 짐작케 했다. 공공 기여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시에 따르면 케이블카 승강장 부지의 40%가량이 국유지라 매년 1억원 안팎의 점용료와 부가가치세만 낼 뿐이다.
이에 시는 2000년대 후반부터 '공공의 이익' 및 대체 수단 확보를 명분으로 남산 곤돌라 신설을 추진해왔다. 특히 오 시장은 2021년 재취임 후 곤돌라 신설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 부쳤다. 올해 초 실시된 입찰에서 신동아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지난 9월에 착공, 내년 11월에 준공할 계획이었다. 2026년초 부터 시운전한 후 정식 운행하는게 목표다.
'철밥통'을 빼앗기게 생긴 한국삭도공업이 인허가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달 30일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달부터 들어갈 예정이었던 본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미 지난 9월 초 하부 승강장 부지인 중구 예장공원의 이회영기념관까지 철거한 상태였지만 승강장 공사는 첫 삽을 떼지도 못한 채 중단됐다.
한국삭도공업은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지 기준 준수 위반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곤돌라 운영을 위해서는 높이 30m가 넘는 중간 기둥을 세워야 하는데, 도시자연공원구역에는 높이 12m 이상의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이 근거다. 이에 시는 곤돌라 사업 부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공원으로 변경했지만 법원은 “(이대로 공사가 진행되면)한국삭도공업 측이 회복하지 못할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일단 공사 중단을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공사 강행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현재 서울고등행정법원에 즉시 항고한 상태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기업이 60여년간 법제도 미비를 틈타 남산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챙겨왔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여론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 관계자는 “3대 세습 가족기업이 남산을 독점하는 점, 케이블카는 교통약자 탑승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곤돌라가 생기면 수요가 분산돼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등 이용객 편의가 커진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 수익은 남산의 생태계를 보존하고 증진하기 위해 재투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산 생태계 보호라는 남산 곤돌라 사업의 공익성을 법원에 충분히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도 최근 유튜브 방송과 현장 방문을 통해 남산 곤돌라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민들도 공사 중단을 아쉬워하고 있다. 남산예장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9월에 남산 곤돌라 사업 착공식을 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된 것이 매우 아쉽다"며 “남산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 등이 늘 것으로 기대했는데 빨리 정상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