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과 재계 ①] 감옥 가고 독립자금 대고…기업가들의 또 다른 얼굴

전지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15 06:00

효성 조홍제, 6·10만세운동 참여해 옥고…올해 100주년 기념비 후원
교보 신용호, 이육사와 교류하며 독립운동 자금 지원
해방 이후에는 기업 창업으로…‘산업보국’으로 이어진 기업가 정신

오늘날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일군 창업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르거나 독립운동가에게 자금을 지원한 이들이다.


광복 81주년을 맞아 국내 기업 창업주와 그 가문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기업을 일으키기 전부터 독립운동과 인연을 맺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이 해방 이후 기업을 세우면서 독립과 산업 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산업보국'이라는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효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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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만세운동으로 일본 검사국 수감자 명단에 오른 조홍제 회장. 사진=효성

조 회장은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재학 중이던 1926년 6·10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순종 인산일을 계기로 학생들이 중심이 돼 일으킨 항일독립운동이다.


조 회장은 이 과정에서 일제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후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 효성을 창업하고 섬유와 화학, 중공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효성은 올해 6·10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 세워진 기념비 건립을 후원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조 창업회장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뿌리에도 독립운동과의 인연이 있다.


창업주 신용호 회장은 독립 사상가 신갑범의 소개로 항일시인 이육사와 교류했고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신 회장의 부친 신예범과 큰형 신용국 역시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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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은 지난해 광복80주년을 기념해 광화문 본사에 독립운동가 '남상락 자수 태극기'를 걸었다. 사진=교보

교보생명에 따르면, 이육사는 신 회장에게 훗날 큰 사업가가 돼 동포를 돕는 민족자본가가 되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신 회장은 이후 1958년 대한교육보험을 창립했다. 현재 교보생명의 출발이다.



독립운동과 기업 경영은 시대적으로는 다른 영역이지만 두 세대 사이에는 공통된 단어도 등장한다. 바로 '나라'다.


해방 직후 한국에는 자본도 기술도 부족했다. 기업인들에게 물건 하나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 자체가 외화를 아끼고 산업 기반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삼성은 '사업보국', 포스코는 '제철보국', 한화와 효성 등도 산업을 통한 국가 발전을 창업 정신의 중요한 부분으로 내세웠다.


독립운동이 나라를 되찾는 일이었다면 해방 이후 기업가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는 나라의 산업을 세우는 일이었던 셈이다.


81번째 광복절을 맞은 2026년 한국 기업들은 이제 세계시장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방산 등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도, 경영환경도 100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거리에서 만세를 외쳤던 학생이 훗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창업주가 됐다는 사실은 한국 재계의 역사에도 광복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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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산업부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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