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진이 최선의 선택 강조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안전 실패 지적
대규모 유상증자라는 승리 플랜을 자진 철회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초심으로 돌아가 정공법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고려아연을 더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지금의 경영진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우군과 중립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동시에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의 상대방인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을 제대로 경영할 능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실제 영풍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가 올해 각종 환경·안전사고로 가동률이 50% 수준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최 회장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윤범 회장 “실패한 환경 파괴기업 영풍" 강조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유상증자 자진 철회 전후로 여의도를 찾아 투자자와 주주를 만나 활발하게 면담하고 있다.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소액 주주들에게도 고려아연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재 경영진을 선택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같은 면담과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은 MBK·영풍 측이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을 제대로 경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분(MBK·영풍)들이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못하고 계시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실패한 환경 파괴 기업 영풍"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발표된 영풍의 3분기 실적과 가동률을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은 지난 1970년 경북 봉화군에 석포제련소를 준공한 이후 본격적으로 아연괴 등 비철금속 제련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석포제련소는 영풍의 제련 부문 생산량을 전부 책임지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올해 석포제련소가 연달아 발생한 환경·안전 관련 사고 탓에 생산량과 실적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석포제련소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삼수소화비소(아르신)를 흡입하는 사고로 사망했으며 다른 직원 3명도 비소 중독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일부 설비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영풍 석포제련소의 대표이사 등이 관련법에 대한 위반 혐의로 지난 8월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 뒤 업체 대표가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석포제련소 4분기에도 가동률 극적 개선 어려워
이에 영풍은 최근 3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올해 누적 3분기(1~9월)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이 53.5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동률인 80.04%에 비해 매우 악화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영풍은 이 기간 610억원의 적자(연결기준)를 피하지 못했다.
문제는 석포제련소가 잇달아 조업정지 처분을 받고 있어 가동률 개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달 1일 석포제련소에 대한 조업정지 처분취소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돼 조업정지 1개월 30일 처분이 확정됐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배출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 등이 적발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영풍은 해당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해왔지만 대법원에서도 영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행정처분이 확정됐다.
뿐만 아니라 석포제련소는 지난 4일 환경부 수시 점검에서도 황산 가스 감지기 7기를 끈 채 조업한 사실이 적발됐다. 환경부는 처분 확정에 앞서 석포제련소의 소명 의견을 들은 후 허가조건 2차 위반에 따른 조업정지 10일 처분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확정되면 10일 조업정지 처분이 추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조업정지 처분이 언제부터 시작될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석포제련소가 올해 4분기 가동률을 극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련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이르면 연말에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임시 주주총회까지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안전 사고를 근거로 우군과 중립 주주들에 대한 설득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은 지난 70년간 오염 방지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2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영풍보다 훨씬 큰 고려아연을 이런 사람들이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