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아파트 경매시장…내년 부동산시장 ‘적신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20 15:14

빚 못 갚은 영끌족 아파트 경매 쏟아져 나와

10월 진행건수 전년 대비 2배, 10년 만에 '최다' 물량

“내년 하방 압력으로…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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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한 아파트 단지 전경. 김다니엘 기자

아파트 가격의 '선행지수'로 꼽히는 경매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내년도 아파트 시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영끌족'들의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내에서조차 대부분의 지역에서 매물이 채 소화되지 못한 채 적체되고 있다.




20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최근 발표한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80건으로 전월(169건)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급증했다. 2015년 4월(401건)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이다. 또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에서 임의경매 개시 결정등기를 신청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은 4987건으로 전년 동기(3788건)와 비교했을 때 약 31%(1199건) 증가했다. 2022년 같은 기간(2260건)과 비교하면 임의경매를 신청한 집합건물이 2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경매를 통해 팔리는 물량의 비율(낙찰률)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 8월 47.3%까지 올랐지만 9월 45.6%, 10월 41.3%로 2개월 연속 떨어졌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는 97.0%로 2022년 6월(110.0%)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긴 했다. 그러나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이 수치를 끌어올렸을 뿐, 이를 제외하면 평균치는 하락했다. 지난달 기준 강남권 낙찰가율은 강남구 107.5%, 서초구 107.3%, 송파구 101.3% 였지만 다른 지역들은 80~90%에 그쳤다.


그러자 경매 시장의 물량 적체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서울 집합건물 가운데 유효한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건수는 지난해 3월(3686건) 이후 1년 6개월 동안 늘어나고 있는 데, 지난달에는 6454건까지 올라갔다. 앞으로 경매를 진행해야하는 물건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내 자치구 중에서는 유일하게 송파구만이 한 달 만에 유효 등기가 86건 감소했을 뿐, 그 외 지역에서는 매물 소화에 여전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매 시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보고 있다. 경매 신청 후 실제 입찰이 진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현재 시장 내 적체된 매물들이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낙찰가 및 낙찰가율 등 각종 지표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종 악재가 겹친 상황에 경매 시장에서 매물이 적체될 경우 아파트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쳐 가격이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내년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주택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시장 전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경매 물건 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실물경기와 부동산시장 부진이고, 여기에 고금리 영향 또한 영향을 끼쳤다"며 “올해 경매 물건 접수 건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매 물건이 수요자들에게 나오기 까지는 7~10개월가량이 소모되기 때문에, 올해 등록된 경매 물건이 시장에 실제 영향을 끼치는 시점은 내년 2~3분기일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금리 인하 여부 조차도 불확실해졌다"며 “올해 경매 물건 급증이 내년 경매시장에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시장 수요 분산을 야기해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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